유희관
두산 투수 유희관이 10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가와구장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 불펜 피칭에 집중하고 있다. 오키나와 | 김용일기자

[오키나와=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작년엔 내가 정말 바보같았다.”

10일 일본 오카나와 구시가와구장에서 진행중인 두산 스프링캠프에서 77개 불펜 피칭을 마친 유희관(33)은 ‘한결 표정이 밝아졌다’는 취재진 말에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부활을 노리며 새 시즌 두산 유니폼을 입은 베테랑 배영수, 권혁만큼이나 간절하게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건 ‘투수조장’ 유희관이다. 김태형 감독은 유희관에게 2년 연속 투수조장을 맡겼다. 지난해 6년 연속 10승 투수로 자리매김했으나 평균 자책점이 6.70으로 부진했다. 승리 투수가 된 경기에서도 불안한 제구력으로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무엇보다 두산이 한국시리즈 5차전까지 두산이 2승3패로 밀리면서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는데, 스스로 팀보다 내가 먼저였다고 고백한다. 그는 “지난해 내가 많이 다운됐던 게 사실”이라며 “한국시리즈에 못나갔어도 팀 분위기를 다독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2년 연속 투수조장을 맡긴 것도 채찍으로 여기고 있다. “감독께서 지난해 내게 야구 외적으로 실망하셨을 것”이라며 “바보스러웠던 점을 인정한다. 올 시즌엔 예전에 한 것처럼 밝은 야구를 하고 싶다. 그게 나다운 야구”라고 강조했다.

올해 두산 입단 이후 처음으로 연봉 삭감(5억에서 3억5000만 원)을 받아들인 그는 절치부심하며 공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날 77개 투구 하나하나 신중하게 던졌는데, 코치진 주변에서 “굿~”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는 “하던대로 하고 있다. 변화를 주기보다 해온대로 몸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컨디션이 좋은 편이어서 자신감있게 던지고 있다”고 했다. KBO리그가 반발력을 낮춘 새 공인구를 도입한 것에 대해 “약간 공이 커지면서 실밥도 어색해졌다고 하는데 내게 잘 맞는 것 같더라”며 “변화구를 던지는 데 실밥이 손 끝에 잘 걸리는 느낌이다. 또다른 기회가 될 것 같다. 난 제구력 투수이므로 유리하지 않을까”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또 “올해 내 기사에 ‘명예회복’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래도 지난해 6년 연속 10승하지 않았느냐”며 “내게 너무 편견과 냉정한 잣대가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냥 작년은 부진이라고 하고 싶다. 올 시즌엔 반드시 좋은 한해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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