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영
KIA 임기영이 14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KBO리그 시범경기 KT전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광주=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 임기영(26)이 한층 강한 볼끝으로 재기 희망을 던졌다.

임기영은 지난 14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와 2019 KBO리그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4.1이닝 6안타 4실점했다. 삼진 5개를 솎아냈고, 사구를 포함한 4사구 두 개를 내줬다. 5회초 선두타자 장성우를 사구로 내보낸 뒤 빗맞은 안타 두 개와 실책 등으로 3점을 한꺼번에 잃었지만, 시범경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려할만 한 내용이 아니었다. 오히려 최고 139㎞까지 측정된 포심 패스트볼 구위가 눈길을 사로 잡았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때부터 “패스트볼 구위 회복이 관건”이라고 강조한 이유를 증명하는 듯 한 투구였다.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130㎞대 중후반에 그쳤지만 KT 정예 타선의 배트가 구위를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타자 입장에서는 반박자 빠르게 스윙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날카롭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가미해 상대를 제압했다. 지난해에는 체인지업이 밀려 들어온다는 느낌이었다면 이날은 히팅포인트에서 예리하게 떨어졌다. 패스트볼 끝이 살아있어 체인지업 위력이 더 크게 느껴졌다.

전지훈련 기간 내 구위 회복에 집중한 임기영은 15일 광주 KT전을 앞두고 “팔이 아닌 골반으로 투구한다는 느낌을 찾기 위해 집중했다. 코치님들도 빠른 공이 살아야 변화구 위력이 배가된다는 말씀을 계속 강조하셔서 우선은 포심을 많이, 제대로 던지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캠프 기간 중에는 구속이 130㎞대 초반에 머물러 우려를 샀지만 중반 이후 볼 끝에 힘이 붙는 것을 느꼈다는 게 임기영의 설명이다. 그는 “(김)민식이 형도 볼을 받아본 뒤 ‘힘이 있다. 빠른공 위주로 가도 되겠다’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공이 손끝에서 채지는 느낌도, 포수 미트까지 빨려들어가는 길도 좋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기영
임기영은 팔이 아닌 골반을 활용한 투구법에 눈을 뜬 뒤 구위가 좋아졌다는 진단을 내렸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좌타자뿐만 아니라 우타자에게도 볼끝이 살아있는 패스트볼 뒤에 던지는 체인지업은 까다로운 구종일 수밖에 없다. 3회초 1사 후 박경수에게 몸쪽 패스트볼을 하나 찔러 넣은 뒤 체인지업 두 개를 잇따라 던져 투수 땅볼로 잡아냈다. 문상철에게는 2회와 4회 체인지업을 전면에 내세워 삼진 두 개를 빼앗아냈고 고졸 2년차 내야수 고명성에게도 체인지업 중심의 볼배합으로 병살타를 유도하는 등 위기관리 능력도 점검했다.

다만 교정한 투구폼을 완성해가는 단계라 투구 이외의 다른 생각이 자리하면 밸런스가 무너진다는 점은 과제로 남았다. 4회까지 흠잡을 곳 없는 투구를 펼친 임기영은 5회초 선두타자를 사구로 내보낸 뒤 템포가 빨라졌다. 임기영은 “다른 이닝과 똑같이 던지는 것에만 집중했어야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5회가 되면서 ‘이전처럼 완벽하게, 깔끔하게 막아내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편안하게 던지면 되는데 막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리듬도 무너지고 밸런스도 깨졌다. 바보같았다”고 자책했다.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이민우에게 마운드를 넘겨줬고, 선행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임기영의 자책점이 늘었다.

그는 “몸상태도 좋고 구위도 만족스러운 편이라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의미있는 교훈도 얻었고 겨우내 흘린 땀의 결실도 보이는 듯 해 임기영에게는 재도약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일 수 있는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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