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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포수왕국 두산, 양의지 공백 잊었다.’
10년간 안방을 지킨 주전포수가 빠져나간다면 어느 팀이든 상당기간 안방마님 공백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것도 공수에서 리그 MVP급 활약을 펼치던 포수의 이탈이라면 그 충격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두산은 빠르게 양의지(31)의 그림자를 지워가며 새 틀을 짜고 있다.
양의지의 뒤를 이은 두산의 주전포수는 박세혁. 백업포수 장승현과 이흥련 역시 만만치 않은 공수능력을 자랑한다. 두산은 8일까지 팀방어율 3.02로 10개구단 중 1위에 올라있다. 물론 투수들이 잘 던졌지만 포수의 리드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8일 KIA전에서도 이흥련과 박세혁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1-0 팀 완봉승을 만들어냈다. 선발 이영하가 8이닝 무실점, 이형범(0.1이닝)과 함덕주(0.2이닝)을 막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이들은 공격력에서도 수준급 활약을 하고 있다. 박세혁은 타율 0.289에 33안타 19타점을 기록중이다. 홈런은 1개밖에 없지만 대신 2루타가 6개, 3루타가 무려 5개나 된다. 달리는 포수라는 새 버전을 열어가고 있다. 실전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2군에 내려가 있는 장승현이 0.286, 이흥련은 5경기 9타수에 불과하지만 4안타로 타율은 0.444다. 물론 올시즌 타격선두를 달리는 양의지에 비할 바는 못된다. 양의지는 타율 0.374에 8홈런 29타점을 기록중이다. 홈런에서는 뒤지지만 합작 21타점으로 영양가는 높다. 이 정도면 양의지 생각이 안 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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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대대로 포수진이 강하기로 유명했다. 한화 주전포수 최재훈은 양의지가 주전포수일 때 박세혁 다음의 제3포수로 밀려 있다가 2017년 한화로 둥지를 옮겨 주전포수로 나래를 폈다. 과거로 시간을 돌려보면 우타자 최초 2000안타를 달성한 홍성흔이 있고, 삼성 진강용 배터리코치와 한화 강인권 코치, NC 용덕한 코치도 모두 두산에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양의지가 국내최고의 포수로 성장한 배경에도 두꺼운 포수층 속에서 치열한 경쟁이 상승작용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두산은 10일부터 3일간 창원에서 NC와 리벤지 매치를 벌인다. 지난 4~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첫 대결은 3연패 스윕을 당했다. 당시 양의지는 3경기에서 7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으로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첫날 3타수 1안타 1득점으로 잠실팬에게 수인사를 하더니 두번째날은 선발에서 제외됐다가 8회 대타로 나와 중견수희생플라이로 귀중한 추가점을 안겼다. 그리고 3일째엔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결정타를 날렸다.
두산 입장에서는 이번 원정이 설욕전이 되는데 한 달이 흐른 지금 팀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NC가 주춤한 반면 두산은 본격적인 상승 궤도에 올랐다. 리벤지매치 결과는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whit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