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8연승을 지켜내는 LG 정우영, 생애 첫 세이브
LG 정우영(오른쪽)이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LG와 kt의 경기 9회초 2사 kt의 마지막 타자 유한준을 1루 라인드라이브로 잡아내면서 승리를 지켜낸 뒤 포수 유강남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LG 정우영은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생애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2019. 5. 2.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LG 사이드암투수 정우영(20)이 쾌속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2017시즌 이정후(21·키움)와 2018시즌 강백호(20·KT)처럼 고졸신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빼어난 기술은 물론 멘탈까지 자랑하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

야수가 아닌 투수라는 점에서 그의 활약은 더 놀랍다. 12년 전 신인왕을 수상했던 임태훈 이후 수많은 투수들이 미래 에이스 혹은 마무리투수를 꿈꾸며 프로에 입단했으나 팀의 주축으로 올라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상위지명을 받은 투수들 대다수가 부상당한 채 프로에 입단해 바로 수술대에 오르거나 재활조에 편성됐다. 건강한 투수들도 고교시절과는 180도 다른 가혹한 일정을 견디지 못하고 구위하락 혹은 제구불안에 시달린다.

정우영은 정반대다. 입단 당시 몸에 이상이 전혀 없었다. LG 차명석 단장은 “우영이를 비롯해 신인들 모두 들어오자마자 신체검사를 했는데 유일하게 우영이만 아픈 데가 없었다. 정말 드문 케이스였고 바로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넣었다”고 말했다. 캠프에서 정우영은 계획대로 시즌을 준비했고 개막 후 초고속 승진을 이뤘다. 롱맨으로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는데 두 번째 경기 만에 홀드를 기록하며 필승조에 포함됐다. 지난달 21일 키움전부터는 셋업맨과 마무리를 오가는 필승조의 핵심 구실을 하고 있다.

[포토] LG 정우영,
LG 정우영이 30일 잠실 kt전에서 8-5로 앞선 6회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아 등판해 역투하고있다. 2019.04.30.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더 놀라운 점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구속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우영은 지난 13일까지 구원등판한 투수중 경기수에서 전체 12위(20경기), 이닝수에서 전체 1위(27이닝)에 자리하고 있다. 리그 전체 불펜투수중 가장 많은 공을 던지고 있음에도 개막 당시 140㎞대 초반이었던 직구 구속이 140㎞대 중반으로 상승했다. 무브먼트만으로도 까다로운 볼이 구속까지 증가하며 12년 만에 순수 고졸신인 투수 신인왕 탄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철저한 관리와 일정한 등판 간격으로 정상 컨디션으로 시즌을 완주할 경우 1997년 이병규 이후 22년 만에 LG 유니폼을 입은 신인왕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정우영은 큰 관심을 받는 투수는 아니었다. 지명순위도 2라운드 5순위, 전체 15순위다. 고교무대를 지배하고 홀로 두각을 드러내는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지난해 스카우트팀장을 역임했던 LG 김동수 퀄리티컨트롤 코치는 정우영을 지명했던 시점을 돌아보며 “당시 드래프트 첫 번째 전략이 투수진 강화였다. 1차 지명한 이정용은 곧바로 필승조에서 활약할 수 있는 투수로 판단했고 2차 상위 지명자들도 선발이든 불펜이든 마운드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투수들을 지명하기로 했다”며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1라운드 이상영, 2라운드 정우영 지명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1라운드 7번째 순번이었던 NC가 송명기를 지명하는 순간 정우영을 지명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 기뻤던 게 기억난다”고 웃었다.

이어 그는 “지명 당시 정우영은 그렇게 공이 빠른 투수는 아니었다. 구속도 당시는 130㎞대 후반이었다. 하지만 몸이 정말 유연했다. 보직도 여러가지를 소화하더라. 성장가능성이 커 보였고 건강한 것도 큰 장점이었다”고 돌아봤다. 덧붙여 김 코치는 “지난해 초부터 최현일, 이교훈, 정우영 중 한 명은 지명하고 싶었다. 사실 초반에는 이교훈이 정우영보다 좋아보였다. 그런데 정우영은 경기를 하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면서 정우영이 이교훈보다 우선순위로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우완 최현일은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빅리그에 도전했고 좌완 이교훈은 3라운드 전체 29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물론 아직 100경기가 넘게 남았다. 신인왕 구도도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LG는 물론 리그 전체를 봐도 최근 10년 동안 정우영처럼 안정적으로 마운드를 지키는 고졸신인 투수는 전무했다는 점이다. LG 류중일 감독은 “신인왕은 선수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지 않나. 운도 따라야 하고 경쟁자의 상황도 중요하다”면서도 “그래도 우영이가 지금까지 해온 게 있으니까 안 아프고 끝까지 가주면 가능하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럽게 정우영이 신인왕으로 우뚝 서는 장면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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