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손흥민-기성용과 이야기 나누는 홍명보 감독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왼쪽)이 19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이구아수의 플라멩구 에스타포르테 스타디움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훈련을 하던 중 손흥민(가운데), 기성용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4. 6. 19. 이구아수(브라질)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애간장을 녹였던 날씨가 이제 ‘홍명보호’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줄 모양입니다. 홍명보호는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에 돌입한 지난달 말부터 월드컵 본선 1차전 직전까지 날씨 때문에 남모를 속앓이를 했습니다. 본선 1차전 결전지인 쿠이아바의 고온 다습한 기후를 적응하기 위해 마련된 마이애미 전지훈련에서는 갑작스러운 기온 하강과 낙뢰로 인해 선수들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죠. 전지훈련 초반에는 이틀내내 폭우가 쏟아졌지만 실내에서는 여전히 에어콘이 빵빵하게 가동되면서 몇몇 선수들은 감기 증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낙뢰 경보로 인해 12일간의 훈련 기간 중에 두차례나 실외 훈련 시간이 지연되기도 했고요.

브라질 입성 후에도 날씨의 변덕은 계속됐습니다. 대표팀이 이과수에 입성한 다음날인 지난 13일(한국시간) 새찬 폭풍우가 몰아치면서 선수들은 2시간동안 비를 흠뻑 맞으면서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잦아들지 않자 훈련장 잔디가 훼손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까지 할 정도였죠. 오락가락하는 날씨때문에 선수들이 쿠이아바의 날씨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았습니다.

어쨌든 러시아와의 본선 1차전은 예상대로 후덥지근한 날씨속에 치러졌습니다. 홍명보호에게 나쁘지 않은 상황이 펼쳐진 것이죠. 러시아대표팀의 수장인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한국과의 경기 하루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쿠이아바의 더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우리가 모스크바에서 훈련할때 전세계 어디보다도 더웠다. 낮 기온이 32도까지 올라갔다. 한낮 땡볕아래서 훈련을 해서 문제 없다”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선수들의 더위 적응은 결국 실패작으로 판명이 났죠. 강렬한 햇살에 대한 적응은 어느 정도 됐을지 몰라도 습도가 높은 찝찝한 더위는 분명 모스크바에는 찾아 볼 수 없던 날씨였기 때문이죠. 덕분에 홍명보호는 반사 이익을 얻었습니다. 우리 태극전사들도 후반 막판에는 체력이 많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지만 러시아 선수들도 분명 움직임이 둔해졌습니다.

대표팀은 더위와의 싸움을 펼쳤던 1차전을 무승부로 매듭짓고 이제 선선한 날씨에서 치를 2~3차전을 준비해야합니다. 마침 이과수의 날씨가 홍명보호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쿠이아바 이동전까지만 해도 늦여름 분위기를 풍기던 기후가 러시아전을 마치고 다시 이과수로 돌아오니 늦가을로 변해 있네요. 이과수의 19일 체감온도는 12~18도 사이를 오갔습니다. 2차전 결전지인 포르투 알레그레의 경기 당일 날씨는 최저 8도, 최고 19도로 쌀쌀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대표팀과 손발이 안 맞았던 날씨가 든든한 지원군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훈련을 지켜보기에는 다소 추운 날씨였지만 왠지 모르게 알제리와의 2차전을 하늘에서 돕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과수(브라질) | 도영인기자 doku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