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3회 조기강판되는 터너
2019 KBO 리그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IA 선발투수 터너가 3회 교체되어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신뢰가 깨졌다. 팀 스포츠 성격이 강한 야구에서 야수들의 투수에 대한 신뢰 저하는 패배로 귀결된다. 해당 투수가 등판한 한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선발이 조기에 무너지면 어쩔 수 없이 불펜 투수들을 풀 가동해야 한다. 가용 자원에 여유가 없으면 그 여파가 최소 3경기 이상 이어진다. 성적이 날 수 없는 구조다.

KIA가 딱 이렇다. 당초 헥터 노에시를 대체할 강력한 1선발 후보로 야심차게 영입한 제이콥 터너(28·5승 11패 방어율 5.57)는 고졸(동성고)신인 김기훈(19·2승 4패 방어율 5.48) 보다 못한 성적으로 동료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구단은 수 차례 기회에서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팀이 손쉽게 승리를 헌납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통산 11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전통의 명문구단이라는 이미지와 동떨어진 행보다.

터너는 지난 20일 잠실 LG전에서 2.1이닝 동안 안타 7개와 4사구 5개를 내주고 8실점(7자책)했다. 올시즌 24차례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터너는 9차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하는데 그쳤고 5차례 5회 이전에 강판했다. 무려 7번이나 6실점 이상 뭇매를 맞았고 완투승을 따낸 5월 29일 한화전에서 단 한 번 무4사구 경기를 했다. 제구와 경기운영 모든 면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박흥식 감독대행
KIA 박흥식 감독대행.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구단이 결단을 내릴 기회는 여러번 있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지나치게 예민한 성격 탓에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력만 좋으면 얼마든지 맞춰줄 수 있는 게 냉엄한 프로야구의 현실이라 성격보다 성적에 기대를 걸었던 것도 사실이다. 시즌 첫 등판이던 3월 24일 광주 LG전에서 5이닝 8실점한 뒤 30일 수원 KT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롤러코스터 피칭을 할 때까지만 해도 ‘KBO리그에 적응중’이라는 자위가 가능했다. 시속 150㎞를 쉽게 웃도는 빠른 공을 던지는 장신(196㎝) 투수이니 리그에 적응만 하면 더스틴 니퍼트급 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5월까지 적응기를 거친 터너는 6월부터 사실상 기대감이 사라졌다. 한 달 동안 5차례 등판해 28이닝을 소화하며 3패 방어율 7.07로 무너졌다. KIA 김기태 감독이 사임한 뒤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로 상승세를 타던 때라 터너의 계속되는 부진은 매우 뼈아팠다. 구단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지켜보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7월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박 감독대행 조차 “팀이 상승세를 타려고 하면 외국인 투수가 발목을 잡는다”며 쓴웃음을 지었을 정도다.

[포토]4회에 고개 떨군 KIA 선발 터너
KIA 선발투수 터너가 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KIA와 NC의 경기 4회초 2사 1,3루 상황에서 투수 교체가 진행되자 고개를 떨구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혹시 하는 기대감으로 허송세월을 보내다 젊은 선발투수를 키울 시기도 놓쳤다. 정규시즌을 30경기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이제와서 외국인 선수를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해봐야 크게 득될 게 없다. 설상가상 선수단은 지난 17, 18일 광주 KT전을 모두 내준 뒤 사실상 5강 경쟁을 포기한 분위기를 숨기지 못했다. 구단의 미온적 태도와 명확하지 않은 방향설정이 총체적 난국을 야기한 꼴이다. 김 감독이 자진사퇴 한 이후 구단은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한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 꼴찌가 아닌게 다행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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