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선수들의 훈련 지켜보는 홍명보 감독
[스포츠서울]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2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의 경기장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오에서 알제리전을 하루 앞두고 공식 훈련 중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2014. 6. 22. 포르투 알레그레(브라질)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산 넘어 산이다. 16강으로 가는 길은 역시나 험난하다. 한국 월드컵대표팀은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접어든 뒤 시간이 갈수록 힘든 여건을 맞고 있다. 특히 오는 27일(한국시간) 벨기에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는 2가지 외부 변수가 등장했다. 두가지 악재를 뚫어야만 16강으로 가는 길이 열릴 수 있다. ‘홍명보호’는 가장 마지막 조인 H조의 특성상 휴식일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1~2차전의 경기시간이 다음 경기 상대국보다 늦게 시작하게 돼 가장 적은 휴식시간을 확보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그로 인해 상대에 비해 컨디션 회복이 덜 된 태극전사들이 경기에 출전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벨기에와 3차전이 열리는 상파울루는 준 고지대라는 점이 막판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갈수록 피곤해지는 스케줄과 불운한 경기 시간
브라질월드컵 본선 8개조 중에서 B ,C, E조는 5일 간격으로 1~3차전을 치른다. 이외의 조들은 4~6일 간격으로 경기를 펼친다. H조의 경우에는 1차전 직후 5일만에 2차전을 치르고, 3차전은 4일 뒤에 개최한다. 가장 마지막 조이기 때문에 16강전 스케줄을 위해서 휴식일에 대한 배려가 넉넉치 않다는 특징이 있다. 그로 인해 H조는 조별리그 후반부로 갈수록 힘든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본선에 돌입한 뒤 선수단 운영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 회복이다. 경기를 치른 뒤 최대한 빨리 선수들의 몸 상태가 회복돼야만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경기 후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최소 이틀이 소요된다. 지난 18일 열린 러시아와 1차전 직후 홍명보호는 20일까지 두차례 훈련을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21일에는 본선 2차전 상대인 알제리전을 대비한 전술 훈련이 진행됐고, 22일에는 공식 훈련을 통해 경기장의 분위기를 파악했다. 하지만 3차전을 앞두고는 휴식일이 하루 줄어들기 때문에 2차전과 같은 훈련 프로그램을 그대로 적용시키기 힘들다. 그만큼 선수들이 느끼는 피로가 높아지고, 상대팀을 대비하기 위한 시간도 많지 않다.
게다가 한국은 1~2차전에서 가장 좋지 않은 경기 시간을 배정받았다. H조 4개국은 지난 18일과 23일 조별리그 1~2차전을 같은 날 소화했다. 그리고 27일 오전 5시에는 최종전이 동시에 킥오프된다. 언뜻보면 모두 동일한 조건으로 본선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홍명보호가 4개국 중에서 가장 불리한 일정이다. 1차전인 한국-러시아전은 18일 오전 7시, 알제리-벨기에전은 이보다 6시간 빠른 오전 1시에 시작됐다. 한국의 2차전 상대인 알제리는 6시간이나 휴식을 더 할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다. 2차전도 마찬가지다. 한국-알제리전은 23일 오전 4시에 킥오프됐지만 러시아-벨기에전은 오전 1시에 시작됐다. 벨기에도 3차전 상대인 한국에 비해 3시간을 더 쉴 수 있게 됐다. 미세한 차이로 보이지만 한국은 1~2차전을 통해 9시간이나 회복할 시간을 손해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지막 변수로 떠오른 준고지대에서의 조별리그 최종전
홍명보호의 조별리그 최종전이 열리는 브라질 상파울루는 지도상으로 볼 때 해안가에 인접해 있지만 세하두마르 산맥 기슭의 영향을 받는 고원지대다. 본선 경기장인 아레나 코린치안스는 해발 800m에 위치해 있다. 4년전 남아공월드컵 당시 한국대표팀은 해발 1200m 이상의 고지대 변수를 극복하기 위해 산소 텐트를 활용하고,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소화하는 등 만반의 준비 끝에 원정 첫 16강에 진출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는 고지대 경기장이 없기 때문에 큰 변수로 여기지 않았지만 1~2차전을 통해 피로가 쌓인 태극전사들이 준고지대인 상파울루에서 3차전을 치르는 것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해발 1000m 이상일 때 고지대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준 고지대인 해발 800m도 운동능력에는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기 중에 있는 산소량은 평지와 큰 차이가 없지만 밀도가 낮아져 몸 속에 흡수되는 산소량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준고지대에서도 유산소 운동을 하다보면 조금만 뛰어도 쉽게 피로감을 느껴 탈진 또는 경련이 일어나기 쉽다. 벨기에와의 최종전에서는 심적인 압박감에다 평지보다 뛰기 힘든 환경적인 변수로 인해 힘든 90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포르투 알레그레(브라질) | 도영인기자 doku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