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훈련 시작하는 대표팀, '희망은 있다!'
[스포츠서울] 2014 브라질 월드컵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26일 오전(한국시간) 벨기에전을 하루 앞두고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공식 훈련을 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뛰어나오고 있다. 2014. 6. 26. 상파울루(브라질)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아마 홍명보 감독이 ‘황금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꺼낸 것은 2012년 2월로 기억됩니다. 당시 올림픽대표팀이 오만과의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원정경기에서 승리를 따내면서 일찌감치 본선행 티켓을 따냈을 때였죠. 홍 감독은 당시 “2009년에 청소년대표팀을 맡으면서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 번째는 올림픽 본선 진출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 선수들을 골든 제너레이션(황금세대)으로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선수들이 지금처럼만 성장을 지속적으로 해준다면 7~8년 혹은 10년까지는 좋은 인재들로 커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뿌듯함을 전했습니다.

런던올림픽 동메달은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동일한 사령탑이 청소년대표팀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었던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2009년 ‘홍명보호’의 출범 이후 3년간 홍 감독과 사제의 인연을 맺었던 선수들은 이제 한국 축구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런던올림픽에서의 성과를 발판으로 선수 개개인들도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런던올림픽 멤버들 중에 대다수가 유럽 진출과 해외 이적을 통해 또 한번의 도전을 시작한 것이죠. ‘런던 멤버’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짧은 시간안에 많은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죠. 하지만 이들도 지난 2년의 시간동안 좋은 추억만 머릿속에 남지는 않았을겁니다. 어린 나이에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겁니다. 홍 감독도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에서 “런던올림픽을 전후해 국내에서 뛰던 선수들이 해외로 많이 진출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방황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처음 겪는 해외생활에 어려움들을 많이 겪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해외 무대에 도전했지만 정작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인정받으면서 주기적으로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소속팀에서 벤치에만 앉아있는 선수들을 대표팀에 불러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홍 감독도 월드컵 본선이 다가올수록 자신이 내건 원칙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을겁니다. 지난 2년간 마음고생을 한 ‘런던의 용사’들은 브라질에서도 마음껏 웃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자신들의 부족함도 많이 느꼈을겁니다.

지금 브라질에서 힘겨워하고 있는 태극전사들이 한국 축구의 진정한 ‘황금세대’가 되기 위해서는 시련도 필요합니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침체됐던 한국 축구에 혜성같이 나타난 ‘런던 멤버’들이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런던올림픽 직후 구자철은 “2018년 월드컵이 기대된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런던올림픽 이후 불과 2년 뒤에 월드컵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는 않았을겁니다. 다만 올림픽 당시만해도 함께 땀 흘렸던 동료들과 6년 후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 월드컵 무대에 나서는 것을 기대했겠죠.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 태극전사들은 성인 무대에서 지금까지 해 온 것들보다 앞으로 해야할 일들이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들은 한국 축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번 월드컵의 결과를 떠나 이들은 축구 인생의 가장 큰 시련의 시간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먼 훗날 브라질월드컵을 회상하며 “그땐 그랬지”하면서 웃을 수 있는 태극전사로 성장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상파울루(브라질) | 도영인기자 doku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