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진홍준영김민우최한길
황영진, 홍준영, 김민우, 최한길(왼쪽부터)

[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 ‘드렁큰 홍’ 홍준영(30·코리안좀비MMA)이 오는 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리는 더블지FC 03 대회에서 오픈핑거글로브를 낀다. 그간 주 무대였던 TFC가 아닌 더블지FC에서 첫 경기다. 대회 메인이벤터로 나서 아지즈벡 오소르벡(23, 키르기스스탄)과 주먹을 맞댄다. 19살에 킥복싱 체육관을 찾았다. 스탠딩 타격 종목으로 격투 첫발을 뗐다.

그래서 킥이 날카롭다. 다양한 높낮이로 발을 쭉쭉 뻗는다. 상대 무게중심과 가드 위치에 따라 미들킥 하이킥을 꽂는데 적중률이 높다. 지난해 2월 TFC 17에서 ‘팔콘’ 조성빈(26·익스트림 컴뱃)과 맞대결이 대표적이다. 홍준영은 2라운드 낮은 레그킥으로 승기를 잡았다.

킥 타이밍과 파워 모두 일품이었다. 앞손 툭툭 던지면서 시선을 위로 끌어올린 뒤 기습적으로 강력한 오른발 로 킥을 찼다. 8승 무패에 빛나는 한국 페더급 떠오르는 강자가 홍준영 킥에 절뚝거렸다. 4라운드 사우스포로 자세를 바꾼 조성빈에게 불의의 카운터펀치를 허용해 역전 TKO패했지만 “발차기 위력은 국내 최정상급”이란 평가가 나왔다. 바닥 싸움에서도 성장세가 눈부시다. 스탠딩-그라운드 균형을 점점 맞춰가는 모양새다.

지난 1월 어나힐레이션 1에서 임병희(23, 익스트림 컴뱃)를 판정으로 꺾을 때가 그랬다. 수세에 몰렸을 때 꺼낸 태클 카드가 빛을 발했다. 1라운드 묵직한 미들킥으로 임병희를 몰아붙인 홍준영은 2라운드 들어 고전했다. 임병희가 거리를 좁히고 백병전을 걸었다. 아슬아슬했다. 특유의 위빙으로 빠져나오려다 임병희 왼손 어퍼컷에 TKO패할 뻔했다.

3라운드에 전략을 바꿨다. 태클을 실마리로 삼았다. 난타전 콘셉트로 거리를 바짝 좁힌 임병희 허리 아래를 기습적으로 공략하며 포지션 우위를 확보했다. 톱과 백 포지션을 오가며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았다. MMA 파이터로서 한두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노련한 경기 운용으로 승리를 낚았다.

2014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홍준영은 14경기를 뛰었다. 총 전적 9승 5패. (T)KO로 4승, 판정으로 5승을 챙겼다. 지난 7월 홍준영과 계약한 이지훈 더블지FC 대표는 “4월부터 (계약을) 추진했다. 홍준영은 경기마다 인상적인 기량으로 관중을 즐겁게 하는 파이터다. 눈여겨본 선수와 계약하게 돼 만족스럽다”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 17개월 만에 돌아온 ‘영리한 스트라이커’

황영진(32, 신MMA)이 돌아온다. 1년 5개월 만에 링에 올라 주먹을 섞는다. 상대는 바흐티아르 토이추바예프(27, 키르기스스탄). 황영진은 영리한 스트라이커다. 177cm에 이르는 긴 리치를 활용한 타격으로 점수를 쌓는 스타일.

어느 스타일을 만나도 자기 경기를 펼칠 줄 안다. 난타전을 거는 타격가를 만나면 스텝을 바지런히 밟으며 빠져나오고, 그래플러를 마주해도 좀체 넘어가지 않는다. 테이크다운 수비 능력이 있다. 지난해 5월 TFC 18에서 트레빈 존스를 만났을 때가 인상적이었다.

존스는 총 4차례 테이크다운을 시도했다. 그러나 효율이 매우 떨어졌다. 한 번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헛심만 썼다. 정통 레슬러를 만나도 황영진은 쉬 흔들리지 않는다. 적 장점을 분쇄하고 자신이 준비한 플랜을 꺼내보일 줄 안다.

황영진은 꾸준하게 로 킥을 차서 태클 타이밍을 허락하지 않는다. 강력한 플라잉 니도 간간이 섞어 경고장까지 보낸다. 포지션 우위를 쉽게 내주지 않는 순발력을 지녔다.

2017년 3월 TFC 14에서 주짓수 킥복싱 베이스인 ‘빅 마우스’ 김동규를 꺾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초반 황영진은 저돌적으로 주먹을 던졌다.

전진 스텝 밟고 김동규 얼굴을 세네 차례 강하게 건드렸다. 자연스레 경기 흐름을 타격전으로 이끌었다. 전장이 그라운드로 흐르는 걸 방지했다. 결국 3라운드 종료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공백기 우려는 지옥 훈련으로 지운다는 각오다. 더블지FC 03을 앞두고 평소 친분 있는 정찬성에게 도움을 청했다. 대구 신MMA에서 서울 코리안좀비MMA로 전지훈련을 떠나 구슬땀을 흘렸다.

총 전적은 6승 3패. 6승 가운데 5승이 판정승이다. 복귀전 상대가 자신처럼 강력한 타격력을 지닌 토이추바예프다. 이번에도 신중한 경기 운용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찬성이 인정한 ‘샛별’…“하드웨어는 페더급 최강”

김민우(27, 코리안좀비MMA) 링네임은 ‘야생마’다. 허벅지와 몸통이 원체 두꺼워 “몸이 말(馬) 같다” 해서 붙여진 별명. ‘관장 정찬성’이 주목하는 샛별이다. 빼어난 신체조건에 어릴 때부터 무에타이와 태권도를 수련해 기본기가 탄탄하다. 파이터로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

정찬성은 “(김)민우 하드웨어는 타고났다. 국내 페더급에서 활동하는 선수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면서 “정말 좋은 몸을 지니고 있기에 (기술 하나를 숙달하면) 매우 위력적이다. 성장 폭이 남다른 선수”라고 호평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TFC 드림 5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신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여유로운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장두열에게 완승을 거뒀다.

타격과 그라운드 모두 한 수 위 기량을 뽐냈다. 무에타이를 오래 수련한 선수답게 거리 싸움에 능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1월 어나힐레이션 1에서는 레슬러 이택준을 3-0, 만장일치 판정으로 잡았다. 김민우는 경기 초반부터 먼 거리에서 주먹과 발을 뻗어 승기를 쥐었다.

경기 내내 태클을 시도한 이택준에게 초반엔 고전했다. 왼손잡이 이택준이 오소독스 자세로 태클을 걸어 당황했다. 그러나 패턴을 한 번 익힌 뒤에는 좀체 상대에게 ‘뽑히지’ 않았다. 꿋꿋이 버텨 냈다. 이택준 테이크다운이 무산된 뒤 이어진 스탠딩 상황에선 여유롭게 자기 흐름대로 타격을 성공시켰다. 확실한 자기 무기가 있는 선수다.

이밖에도 밴텀급 최한길(25, 코리안좀비MMA)이 출격을 준비한다. 정찬성 제자로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펀치 각도가 독특하다.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음에도 그래서 히트 수가 많다. 정확히 적 움직임을 보고 치는 스타일이다.

야금야금 상대에게 데미지를 입히는, ‘갉아먹을 줄’ 안다는 평이다. 지난해 12월 카이저 02에서 격투 명문 팀매드 소속 정경열을 펀치 KO로 잡아 눈길을 끌었다. 2라운드 4분 30초에 묵직한 라이트훅으로 상대를 주저앉혔다.

rainbow@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