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꿈은 큰 무대에 출전하고, 성공하는 것, 그리고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ROAD FC에 이런 꿈을 가진 대표적인 파이터는 ‘흑곰’ 박정교(40·박정교흑곰캠프)와 세이고 야마모토(24·팀 모이라), 이은정(25·팀 피니쉬). 이들은 ROAD FC 출전을 간절히 바라며 많은 것을 포기했다. 이 선수들이 포기한 것은 무엇이고, 이토록 ROAD FC에 출전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 일본 프로 단체 1위, ROAD FC 센트럴 리그 출전에 귀화도 원해
세이고 야마모토는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파이터다. 한국 이름은 김성오. 두 살 때 부모님이 이혼한 뒤 줄곧 어머니 손에 자랐다. 일본에서 계속 거주한 탓에 한국어를 잘 모르지만, 어머니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일본에서 격투기 선수로 활동해온 세이고 야마모토는 일본 단체 GRACHAN 플라이급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실력을 갖춘 선수다. 일본에서 활동해도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 같은데도, ROAD FC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심지어 한국인으로 귀화까지 원하고 있다.
그의 사연이 국내 팬들에게 알려진 건 지난 8월의 일이다. 일본에서 프로 선수로 활동해왔음에도 아마추어리그인 제 49회 ROAD FC 센트럴리그에 출전했기 때문. 세이고 야마모토는 ROAD FC 프로 파이터 고동혁과 대결 접전 끝에 판정승을 거뒀다. 일본 단체 플라이급 랭킹 1위에 오를 정도로 실력자지만 한국 선수의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는 게 세이고 야마모토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 선수들이 정말 강하고, 잘하고,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한국에서의 첫 경기 소감을 전했다.
세이고 야마모토가 한국에 온 건 ROAD FC에서 성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한국분이라서 ‘어머니의 모국에서 처음 시작한다’라는 생각으로 왔다.”라고 운을 뗀 그는 “ROAD FC 프로 대회에 출전해서 활약하고 싶다. 목표는 ROAD FC 챔피언이다. 플라이급 챔피언이 되면, 밴텀급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이고 야마모토는 한국인으로 귀화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한국에 정착해 부산 팀 모이라에서 열심히 훈련하며 ROAD FC 출전 기회를 기다려왔다. 그러던 중 ROAD FC와 정식 계약을 체결, 11월 9일 굽네몰 ROAD FC YOUNG GUNS 45 오퍼를 받으며 출전이 확정됐다.
세이고 야마모토는 “귀화해서 한국인이 되고 싶고, 한국에서 살고 싶다. 삼겹살과 비빔 냉면을 좋아한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계신다. 도와주시는 분들께 보답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
◇ 은행원 직업 포기하고 도전한 이은정, 결실을 이루다
우리나라에서 여성 파이터로 생활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게 현실이다. 굽네몰 ROAD FC YOUNG GUNS 45에 출전, ROAD FC 파이터로 프로 데뷔의 꿈을 이루게 될 이은정도 그 현실을 겪었다. 이은정은 운동을 하기 전 은행원으로 근무했다. 안정된 생활을 하며 미래도 창창했다.
그런 그가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시작한 운동에 빠져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MMA 선수로 성공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처음 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극심했다. 자식을 둔 부모님 입장에서는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다. MMA 선수로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고, 엘리트 체육 선수로서 활동한 경력도 전무하다. 은행원 생활을 하다가 MMA 선수라니. 부모님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이은정 포기하지 않았다. 부모님을 설득하고, 과감히 은행을 그만두고 운동을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극복하는 의지를 보이며 운동을 해왔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2017년부터 ROAD FC 센트럴리그에 꾸준히 도전했던 이은정은 결국 지난 7월 ROAD FC XX TRYOUT을 통해 프로 계약서를 손에 쥐었다.
이은정은 “2016년에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가 선수가 하고 싶었다. 은행을 다니다가 선수라는 목표 하나 믿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고 있다. 3년 동안 노력한 보람이 있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었는데, 이제는 든든하게 지원해주고 계신다. 은행 그만두길 잘했다”고 말했다.
이은정이 프로에 데뷔하는 무대는 굽네몰 ROAD FC YOUNG GUNS 45다. 11월 9일에 박지수와 대결, ROAD FC 첫 승을 노린다.
“여수 대회에 출전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지 몰랐다”는 이은정은 “ROAD FC는 최고 단체고, 언젠가 꼭 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 무대에 올라갈 수 있다는 자체가 감격할 일이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출발점에서 첫 승을 하고,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선수가 되고 싶다. 고생 많으신 감독님, 동생들, 팀 가족들에게 너무 고맙다. 하루 빨리 케이지에 올라가고 싶다. 멋진 경기 하겠다”고 말했다.
|
◇ 평생 받을 연금 포기한 박정교, 케이지가 엄마 품처럼 편해
박정교의 경우 격투기 선수 생활을 위해서 연금까지 포기했다. 그는 육군 특전사로 1999년 4월부터 2008년 8월까지 복무했다. 총 3개 여단에서 활동했는데, 5개월만 더 근무했으면 평생 매월 7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박정교는 연금을 받는 대신 전역을 선택했다. 보통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상사 진급도 후배에게 양보, 중사로 전역했다.
“격투기를 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내 뒤는 낭떠러지’라 생각하고 목숨 걸고 격투기 했다. 20대 청춘은 군대에서 보냈는데, 30대는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싶어서 격투기를 했다. 5개월만 더 있었으면 죽을 때까지 한 달에 7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의 나에게는 5개월도 너무 길었다. 하루라도 빨리 케이지에 오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안정된 생활을 다 버려야 했으니까 제대하고 1년 정도는 모두가 격투기를 반대했다. 그래도 이미 내 마음을 격투기가 훔쳐가 버려 어쩔 수 없었다” 박정교의 말이다.
격투기 선수로 박정교는 챔피언을 한 경험이 있다. 그렇지만, 정작 ROAD FC에서는 챔피언이 아니었다. 챔피언보다는 케이지에 올라가 경기는 그 자체가 박정교에게는 더 큰 행복이었다. 그렇기에 박정교는 케이지 위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싸웠다.
실제로 박정교는 매경기 자신이 출전하면 명경기를 만들어 왔다. 2014년 김대성과의 대결, 2016년 김내철과의 경기는 지금까지도 격투기 팬들에게 회자되는 명승부다.
박정교는 “케이지 위에만 올라가면 왜 그렇게 행복한 건지 모르겠다. 엄마 품처럼 편안하다. ROAD FC 대회에 심판으로 참여한 적도 있다. 죽을 때까지 팬들에게 기억되는 파이터가 되고 싶다. 경기를 이기려고 하는 전술만 한다면 재미가 없다. ROAD FC 대회사, 팬들이 원하는 거를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파이터들에게 ROAD FC는 꿈의 리그다. 오늘도 ROAD FC 케이지에 오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파이터들이 많다. 어떤 이들에게는 이들의 도전이 무모하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파이터들은 인생을 바쳐서 도전한다. 그들에게 따뜻한 박수와 응원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rainbow@sportsseoul.com 사진제공 | ROAD 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