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류중일 감독 \'밝은 웃음\'
왼쪽부터 류중일, 김태형, 김기태, 김경문 감독.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KBO리그에서 지난 10년간 김성근(2010년), 류중일(2011~2014), 김태형(2015~2016, 2019), 김기태(2017), 트레이 힐만(2018) 등 5명의 사령탑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 중에 외국인 사령탑 힐만 감독을 제외하곤 데이터 야구와 거리가 멀다. 그 외 데이터 야구를 중시한다고 알려진 감독 중에도 실제론 난독증으로 인해 수치 확인 보다는 선수컨디션을 더 살핀 경우도 있다.

2010년대 중반까지 삼성왕조를 이끌며 리그를 지배했던 류중일 감독은 투수 교체시 두 가지를 봤다. 우선 데이터. 그러나 그건 결정적 단서가 아니었다. 투수의 공끝에 더 집중했다. 마운드의 투수가 던지는 공끝이 ‘팽’하고 끝까지 살아서 포수미트에 꽂히지 않으면 투수를 교체했다. 그리고 교체 후엔 더그아웃 한 켠에 냉수 한사발을 올려놓고 비는 심정이라고 했다. 자신의 감을 믿고 내보냈지만 운에 맡긴다는 의미였다. 류 감독은 운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오랜 경험에 따른 과학적 판단이었고 실패보다 성공이 많았다.

[포토] LG 류중일 감독, 고우석의 머리를 토닥이며~
LG 류중일 감독이 9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2019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과의 경기에서 4-2로 승리한 뒤 고우석과 주먹을 맞부딪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직감’의 대가는 현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김경문 감독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선물한 김 감독은 끝까지 이승엽을 기용했다.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 당시 극심한 타격난조를 겪던 이승엽 스스로 빼 달라고 간청할 정도였지만 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자신의 감을 끝까지 믿었다. 결국 그는 이승엽의 극적인 홈런을 발판삼아 역사에 길이 남을 ‘금메달 감독’이 됐다.

KBO리그에서 최근 10년간 우승을 차지한 감독들이나 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결과론적 접근을 거부한다. 역대 최다승 감독인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현역시절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야구는 바람이다”라는 시적인 표현을 즐겨 쓰기도 했다. 그리고 KBO리그에서 데이터 야구의 개척자로 불린 김성근 감독 역시 “야구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데이터는 참고일 뿐 환경과 순간적인 감이 승부를 좌우한다”고 자신의 진짜 야구관을 밝힌 바 있다. 숫자보다는 흐름으로 불리는 무형의 기운을 더 잘 읽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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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25일 대표팀 훈련을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수원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물론 숫자로 잘 정리된 데이터는 성공확률을 높이는 수단임엔 틀림없다. 그 점에 이견은 없다. 상황에 가장 적중률이 높았던 선수를 기용하면 경기를 풀어가는데 분명 도움을 준다. 그럼에도 야구의 대가들은 ‘안전빵’ 보다 ‘촉’과 ‘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건 야구의 본질과도 관계가 깊다.

야구는 수학이라고 하지만 확률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어렵다. 결과는 예측불허이고 때론 ‘감’과 ‘촉’도 어긋나기 일쑤다. 그럼에도 당대를 주름잡던 야구의 대가들은 오랜 기간 농축된 경험과 고민을 통해 도달한 직감으로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흔히 숫자보다 감, 또는 동물적 판단이라고 불리는 야구의 정수(精髓)는 고비마다 승리의 여신을 영접하게 했다. 우승감독의 뼈속에는 직감의 골수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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