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혜리 기자]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를 두고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업계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손보업계의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생보업계는 연금보험을 중심으로 판매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52%에 달하던 손보사의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은 2017년 상반기 48%, 2018년 상반기 40%에서 지난 상반기 30%까지 급감했다.

방카슈랑스 원수보험료는 3조8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2658억원)보다 2000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상반기(3조8435억원)보다도 줄어든 수치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MG손보와 메리츠화재의 방카슈랑스 원수보험료가 398억원과 644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33%, 32%씩 줄었다. DB손해보험, 현대해상, 흥국화재 등도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보험사들이 오는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이 도입되는 데 따라 저축성상품을 줄이려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저축성보험 판매가 늘어날수록 보험사가 져야 할 부채 부담도 늘어난다. 이에 저축성보험의 주 판매채널인 방카슈랑스 비중을 줄이는 것이다.

반면 생보사의 경우 방카슈랑스 수입보험료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24개 생명보험사의 방카슈랑스 수입보험료는 3조15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7850억원)보다 13% 늘었다.

AIA생명의 방카슈랑스 채널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AIA생명의 올해 8월 말 기준 방카슈랑스 수입보험료는 2889억원으로 전년 동기(1323억원)보다 118% 급등했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은 방카슈랑스 수입보험료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지난 8월 기준 6889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262억원)보다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한화생명도 1696억원에서 1927억원으로, 교보생명도 765억원에서 1066억원으로 증가했다.

생보업계의 방카슈랑스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평균수명이 확대된 데 따른다. 지난 4월부터 적용된 제9차 경험생명표 상 평균수명이 늘어나 연금보험료는 증가했지만 수령액이 줄어 따로 개인연금보험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고령화 등으로 개인연금보험의 수요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연금보험과 같은 저축성보험은 보험사에게 재무 부담으로 작용되는 만큼 개인연금보험 판매의 유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카슈랑스 채널의 개인연금보험 판매유인을 높이기 위해 생사혼합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며 “설계사 채널의 경우에도 종신연금에 대해서는 판매 수수료 규제 상 상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혜리기자 kooill9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