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제공 I 각사

[스포츠서울 김태헌 기자] 올해 연말 4대 그룹의 인사 키워드는 ‘변화’보다 ‘안정’이 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재계에선 LG그룹이 28일 가장 먼저 계열사별 이사회를 개최하고 내년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체제 2년 째인 올해 그룹 전반의 실적 부진에 대대적인 임원 물갈이가 예상됐지만, 구 회장은 변화보다는 안정에 더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난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후 2021년까지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두고 있지만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조직 쇄신’과 ‘세대 교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부회장 후임에는 권봉석 현 HE사업본부장 겸 MC사업본부장(사장)이 내정됐다.

LG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성과와 역량에 기반한 인사”라며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해 나가는 한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사업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준비를 위해 젊은 인재를 전진 배치했다”라고 평가했다.

또 LG그룹은 사업리더에 젊은 인재 지속 발탁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차세대 사업가 육성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이번 인사로 LG생활건강은 30대 여성 상무 2명을 포함해 총 3명의 여성 신규 임원을 배출했다. 배미애 후 한방마케팅부문장과 임이란(81년생) 오휘마케팅부문장, 심미진(85년생) 헤어케어앤(&)바디케어부문장이다. 이 중 임 부문장과 심 부문장은 남녀 통틀어 LG생활건강 역대 최연소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LG이노텍도 이날 부사장 1명, 전무 1명, 상무 2명, 수석연구위원(상무) 3명 등 총 7명을 승진 인사했다. 특히 카메라모듈사업의 글로벌 선도 지위를 강화하며 탁월한 성과를 창출한 광학솔루션사업부장 강민석 전무를 부사장 승진과 함께 CTO로 보직 발령했다.

LG그룹은 2020년 LG그룹의 임원인사에 대해 “고객과 시장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최고경영진의 변화와 젊은 인재 지속 발탁 등 미래 준비 가속화를 위한 쇄신 인사가 주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에 이어 다음 달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도 정기 임원 인사를 예정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연말 인사는 12월 초 이뤄질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인사 역시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부회장이 대법원 파기환송심 판결을 앞두고 있어 경영 불확실성이 큰데다 지난 2017년 연말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단행해 올해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다만, 이 부회장이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공을 들이고 있는 AI(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등 신성장 동력 사업과 관련한 신규 인재를 전면에 배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통상 매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임원인사를 해왔지만, 올해의 경우 수시인사를 도입한 만큼 연말인사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수시 임원 인사를 도입한 후 7개월 만에 30여 명의 임원을 교체하는 등 인사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임원인사를 단행해왔다. 최근에도 ‘플라잉카’ 개발을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본부장 출신 신재원 박사가 영입됐고, 닛산 출신의 클라우디아 마르케스가 멕시코법인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SK그룹은 임원 직급 폐지 이후 첫 인사를 단행한다. 이 때문에 올해 임원인사 규모 자체는 줄어들 전망이다. 앞서 SK그룹은 지난 7월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국내 대기업 최초로 전무, 상무 등 임원 직급을 폐지하고 직책 중심으로 제도를 변경했다. 이 때문에 신규 임원과 사장단 인사만 발표된다.

특히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장동현 (주)SK 사장 등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최태원 회장이 이들 사장단에 대한 신임이 두터워 교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게 재계의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 4대그룹 인사는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에 따라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경제위기와 국내 경제성장률 저조에 따라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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