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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당구황제 토브욘 브롬달이 1일(한국시간) 덴마크 라네르스에서 끝난 제72회 세계캐롬연맹(UMB) 세계3쿠션선수권에서 우승한 뒤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제공 | 대한당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노병은 죽지 않았다.

당구 ‘4대 천왕’으로 군림했다가 몇 년 사이 침체를 겪은 토브욘 브롬달(57·스웨덴)이 4년 만에 최고 권위 대회인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브롬달은 1일(한국시간) 덴마크 라네르스에서 끝난 제72회 세계캐롬연맹(UMB) 세계3쿠션선수권 결승에서 베트남의 응우옌 둑 안 치엔을 22이닝 만에 40-37로 제압했다. 이로써 브롬달은 지난 2015년 프랑스 보르도 대회에서 한국의 강동궁을 꺾고 우승한 뒤 4년 만에 통산 7번째 정상(1987 1988 1991 1992 1997 2015 2019)에 올랐다. 21차례 우승을 달성한 ‘당구계 펠레’ 레이몽드 클루망(벨기에)에 이어 최다 우승 두 번째에 해당한다.

40점 후구제인 결승에서 브롬달은 4이닝에 하이런 7점을 기록, 초반 13-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대회에 처음 출전해 결승에 오른 둑 안 치엔은 긴장한 듯 초반 5이닝 연속 공타에 머물렀다. 결국 브롬달이 22-2로 전반을 마쳤다. 둑 안 치엔이 후반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3연속 공타에 그친 브롬달을 추격했다. 한때 점수 차가 31-29까지 좁혀졌다. 그러나 브롬달은 노련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21이닝 연속 6점에 성공하면서 37-30으로 앞섰고 22이닝에 40점 고지를 밟았다. 후구인 둑 안 치엔이 7점을 기록했지만 끝내 점수를 뒤집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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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당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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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당구연맹

1962년생인 브롬달은 2017년 라볼르 월드컵에서 44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뒤 2년여 우승 소식이 없었다. 그 사이 3쿠션 강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을 중심으로 20~30대 신예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한국만 하더라도 당구 전문학교가 등장했고 대대구장을 지닌 당구장 인프라가 크게 늘었다. 유럽 각지에서도 한국을 롤모델로 당구 유망주를 일찌감치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 체계적이고 과학화한 훈련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브롬달 등 과거 4대 천왕의 위상도 예전같지 않았다. 늘 UMB 랭킹 ‘톱5’에 이름을 올렸던 브롬달의 랭킹도 어느덧 13위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이 대회를 통해 ‘당구 황제’의 복귀를 알렸다.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듯 신들린 샷을 뽐냈다. 앞서 사메 시돔(이집트·세계 10위)과 치른 4강에서도 1이닝부터 12점을 몰아치는 등 에버리지 4.000을 기록, 40-18 완승했다. 전날 에디 먹스(벨기에)와 8강에서는 승부치기에서 먼저 7점을 허용하고도 8점을 따내 역전승하는 등 특급 클래스를 뽐냈다.

반면 한국 선수 6명은 전원 조기 탈락했다. 한국은 지난 2014년 최성원이 한국인으로는 처음 우승한 뒤 2015~2016년 강동궁, 김행직이 각각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세계선수권에서 꾸준히 입상자를 배출했다. 더구나 최근 주니어와 시니어 대회에서 오름세를 타는 ‘당구 신동’ 조명우까지 가세해 이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을 노렸다. 그러나 허정한이 예선에서 탈락한 데 이어 조재호, 김행직, 조명우, 최성원 등 우승 후보가 모조리 32강에서 떨어졌다. 유일하게 16강에 생존한 최완영도 8강행 길목에서 세계 8위 쩐꾸엣찌엔(베트남)에게 졌다. ‘라네르스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는 최근 부쩍 늘어난 국내 대회와 국제 대회 일정과 맞물려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주력 선수 대부분 10주 연속 대회를 뛰는 강행군을 벌였다. 여기에 덴마크 시차와 쌀쌀한 날씨가 맞물리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