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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우리은행 박지현(왼쪽)과 위성우 감독. 제공 | WKBL

[아산=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승리의 주역이지만, 사령탑의 평가는 냉정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아산 우리은행이 우승후보다운 저력을 뽐냈다. 강력한 라이벌 청주 국민은행을 두 번 연속 누르며 단독 1위로 도약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하나원큐 여자프로농구 국민은행과의 홈경기에서 62-56으로 승리했다. 지난 1라운드에서도 89-65로 대승해 국민은행의 유일한 대항마임을 증명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유망주’ 박지현(19)이다. 김정은, 박혜진 등 베테랑 선수들이 대표팀 차출로 체력적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한 발 더’ 뛰며 그 공백을 채웠다. 부상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박지현은 지난달 28일 하나은행과 경기 도중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으로 한동안 코트에 서지 못했다. 휴식기 동안 부족했던 점을 완전히 보완해 40분 풀타임 활약을 선보였다. 이날 박지현은 9점 10리바운드로 6어시스트로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모두가 박수를 보낼 때 위 감독은 칭찬이 아닌 조언을 먼저 건넸다. 그는 승리 직후 “박지현이 보기엔 잘했을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활동량이 더 많아야하고 더 휘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위 감독이 원한 것은 ‘인식의 변화’다. 이제 막 프로에 올라온 박지현이 성인프로농구를 직접 몸으로 느끼며 성장하는 것을 주과제로 설정했다. 위 감독은 “본인의 인식 자체가 변한 것 같더라. 성인 농구와 대표팀을 경험하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으면 했다”며 “연차가 쌓여서 잘 하는 건 다른 선수도 같다. 한 해라도 빨리 성장해서 제 역할을 하는 선수가 좋은 선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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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이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 제공 | WKBL

40분 풀타임 활약에도 체력적인 부분은 여전히 보완해야할 점이라고 꼽았다. 그는 “전반에 비해 후반에서 체력 강약 조절을 못했다. 스무살이니 40분 다 뛰어도 된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 질 것”이라며 웃기도 했다. 김정은, 박혜진 등 팀의 대들보들이 체력적 한계에 부딪힐 수 있는 나이기에 유망주 박지현의 성장세를 더욱 기대할 수밖에 없다. 위 감독은 “이제 (박)혜진이와 (김)정은이가 (공격과 수비)두 가지를 다 할 수 없다. 그 역할을 지현이가 해줘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박지현의 끈질긴 수비 능력에는 아낌없는 칭찬을 건넸다. 박지현은 2쿼터 내내 국민은행 공격의 핵인 박지수를 밀착 마크하며 꽁꽁 묶어뒀다. 이날 박지수는 5점 13리바운드에 그치며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위 감독은 “수비에서 지현이가 제 역할을 잘해줬고 충분히 잘 막았다. 슛은 나중에 연습하면 잡힌다. 박지현이 슛까지 잘 하면 정말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득점보다는 리바운드 10개, 어시스트 6개를 했다는 것이 더 눈에 띈다. 이런 게 이 선수가 성장하는 데 있어 훨씬 중요하다. 본인도 그런 부분에서 더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팀의 미래를 맡길 자원이기에 사령탑의 시선은 더욱 냉정할 수밖에 없다.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유망주’의 어깨는 늘 무겁지만, 박지현은 이를 원동력으로 천천히 성장하고 있다.

younw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