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콜린 벨 감독(오른쪽)이 17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EAFF E-1 챔피언십 2019(동아시안컵)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장슬기를 불러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19. 12. 17. 부산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부산=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나쁘지 않은 시작이다. ‘벨호’가 첫 대회를 무난하게 마감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17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 2019 결선 3차전에서 0-1로 패했다. 한국은 앞서 대만을 잡았고, 중국과 비기면서 1승1무1패를 기록했다. 일본(3승)이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한국은 중국과 승점 동률을 이뤘으나 득실차에서 앞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벨 감독 부임 후 처음 치른 대회인 것을 고려할 때 나쁘지 않은 성과다.

일본은 한국보다 한 수 위 상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로 20위인 한국보다 한참 위에 있다. 지난 프랑스월드컵에서도 16강에 진출한 강팀이다. 한국은 이날 경기 전까지 역대 상대전적에서 4승10무16패로 크게 뒤지고, 최근 네 번의 맞대결에서도 2무2패로 승리하지 못했다.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실제로 한국은 전반전에 일본의 공세에 밀려 쉽지 않은 경기를 했다. 일본은 특유의 짧은 패스를 기본으로 하는 짜임새 있는 공격을 시도하며 주도권을 쥐었다. 그렇다고 한국이 수비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한 번 공을 빼앗으면 빠른 템포로 전진해 역습을 구사하며 일본을 위협했다. 후반전 들어서는 오히려 일본보다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며 상대를 압박했다.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필드골 없이 경기 막판 페널티킥으로만 실점했다는 점은 만족스럽다. 일본은 대만을 9-0으로 대파하고 중국을 3-0으로 이겼다. 화력이 막강한 팀이지만 한국을 상대로는 많은 골을 넣지 못했다. 그만큼 벨호의 수비가 탄탄했다는 의미다. 전체적으로 조직력도 우수했다. 세 경기에서 대체로 기복 없이 경기를 운영했고, 강한 압박과 협력 수비, 패턴 플레이를 통한 빠른 공격 전개라는 확실한 맥락을 만든 점도 눈에 띄었다.

벨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준우승이라는 결과에 더해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실전에 투입해 기량을 점검하고 대표팀의 현 주소를 면밀하게 확인하는 성과도 챙겼다. 향후 대표팀 운영 계획을 세우는 데 큰 힘이 될 만한 일정이었다. 지소연과 조소현, 이금민 등 잉글랜드에서 활약하는 주요 선수들이 빠지기는 했으나 심서연과 윤영글처럼 1년 넘게 대표팀에 빠져 있던 베테랑들에 20대 초반의 추효주, 강채림 등을 앞세워 팀의 균형의 잡은 점도 긍정적이다.

여자 대표팀은 다음해 2월 제주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앞두고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예선 조별리그에서 북한, 베트남, 미얀마와 A조에 들어갔다. 1,2위가 4강에 오르는데 토너먼트 라운드에서 중국, 호주와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쉽지 않은 상대들이지만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며 예선에서의 기대감을 높였다. 여자축구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앞둔 벨 감독의 항해는 일단 기분 좋게 시작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