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_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최민식이 세월을 함께 한 한석규를 인생의 친구로 꼽았다.

최민식은 여전히 많은 대중에게 ‘명량’(2014·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장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섰다. 26일 개봉하는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허진호 감독·이하 천문)로 푸근한 친구 같은 모습으로 변신했다. 최민식은 그 비결에 대해 한석규와의 호흡 덕분이라고 봤다.

천문 한석규 최민식

‘천문’은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연구한 세종(한석규 분)과 장영실(최민식 분)의 이야기. 여기서 최민식은 장영실을 둥글둥글 정감 넘치는 캐릭터로 그리며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귀엽다는 인상까지 줬다. 그는 “귀엽게 하려고 한건 아니었다”고 웃으며, 우연히 KBS1 ‘명견만리’에서 본 로보트 공학자 데니스 홍의 모습이 뇌리에 남아 이번 캐릭터에 덧입혔다고 전했다. “너무 천진난만 하더라. 로보트에 대해 설명하는데, 마치 장난감 갖고 노는 아이 같았다. 그래서 그분을 보고 장영실도 저런 모습이겠구나, 저렇게 푹 빠져서 자신이 만드는 것에 재미에 취해 사는 사람이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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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저만의 상상이었지만, 장영실이 궁궐의 룰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왕과 신하여도 친해지는 과정에서 어린 아이처럼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일이 잘 안 풀리면 후원에서 바람을 쐬면서 놀이도 하며 기분전환 하는 그런 자유로운 모습들이 떠오르더라. 능력이 있고, 뜻이 같다면 형식이 뭐가 중요하냐는게 세종의 생각이었으니까 그게 충분히 가능했을거라 생각했다”며 자신이 해석한 장영실을 이야기했다.

과연 장영실이 실제로도 세종과 친구 같은 관계였을까는 미지수다. 이에 최민식은 “실제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다큐가 아니니까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에 더 집중하고, 그 관계를 더 밀도 있게 친구 같이 그렸다”고 했다. 덧붙여 “어떻게 의기투합하고, 어떻게 관계를 나누었을지, 어떤 인간관계를 통해서 그런 성과를 만들어냈을지 궁금해하면서 만든 영화다. 세종과 장영실이 시너지를 낸건 단지 세종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장영실을 하나의 수단을 써서 가능한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와 감정에 집중한 드라마가 됐다”고 영화의 발단을 설명했다.

[포토] 최민식-한석규, 이렇게 사이가 좋아요~
배우 최민식(왼쪽)과 한석규가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제작보고회에서 절친한 관계를 감추지 못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질의응답에 나서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영화에서 보여준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처럼, 최민식에게도 이같은 친구가 있을까. 그는 “몇 사람 되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고 미소 지으면서 이내 “석규가 정말 그런 친구다”라고 한석규를 꼽았다. 그 이유는 “어릴 때부터 봤으니까. 나이도 두살 차이밖에 안나고, (동국대 연극영화과) 학교 선후배로 있는듯 없는듯 살다가 어느날 보면 지금처럼 옆에 있다. 20년전에 ‘쉬리’(강제규 감독)을 하면서 총겨누고 각자 살다가 어느날 보니까 내옆에 있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일을 하고 있어서 그렇다. 만일 둘중 누구라도 다른 일을 하게 되면 어색해질수도 있는데, 죽이 되나 밥이 되나 같은 일을 하니 더 그렇다”고 했다. 최민식은 “그렇게 세월이 가면 없던 정도 쌓인다”고 말했다.

그 덕에 오랜만의 연기 호흡에도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농담 아니고 엊그제 만난거처럼 어색하지 않았다. (MBC 드라마)‘서울의 달’(1994)때보다 더 먼저 대학시절을 같이 보낸 덕분이다. 입학은 다르게 했지만, 졸업을 같이 했다. 그 어린 시절 20대를 같이 보냈으니까 사회에 나와서 작품으로 또 동료 선후배로 지낸것보다 더 각별한게 있긴 하다. 그런게 이번 작품을 하는데 도움이 된건 분명한 것 같다.”

그러면서 학창시절 한석규를 회상하기도 했다. “석규는 장난꾸러기다. 보시는 그 모습과 똑같은데, 스무 살 때도 그래서 우리가 ‘으르신, 으르신’ 그렇게 불렀다. 그런데 그런 느린 톤으로 장난을 친다고 생각해봐라. 그게 더 웃긴다.” 더 나아가 “저는 좀 급하고, 그 친구는 좀 느긋하다. 그래서 더 잘 맞는 것 같다. 서로 달라서. 둘이 똑같이 늘어지면 재미 없을거다. 성격이 달라서”라며 자신과 관계가 더 돈독해진 이유를 분석하기도 했다.

한편, ‘천문’으로 변신한 최민식은 내년 개봉 예정인 영화들로도 종전과는 다른 모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영화 ‘행복의 나라로’(임상수 감독)을 비롯해 얼마전 촬영을 시작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박동훈 감독) 등이 그렇다. 최민식은 “예전에는 확 뛰어들어가고 싶은게 아니면 안했다. 사람을 만나도 난 저 사람이 한 80%는 좋아야 만났다. 그런데 이제는 일단 한번 만나보자로 바뀌었다. 좀 유연해졌다. 예전에는 입맛에 맞는 꽉 찬 작품만 했다면, 이제는 가능성이 보이면 적극성을 보여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르 구분 없이 그런데 그게 멜로면 더 좋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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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