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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지난해 ‘K리그2 MVP’ 주인공인 이동준이 왼발 결승골을 터뜨린 ‘김학범호’가 중국을 누르고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첫 경기에서 웃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은 9일 오후 10시15분(한국시간) 태국 송클라 틴술라논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한 대회 조별리그 C조 1차전 중국과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 터진 이동준의 결승골로 1-0 신승했다. 한국은 승점 3을 따내면서 앞서 1-1로 비긴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이상 승점 1)을 제치고 조 선두로 올라섰다. 어렵게 따낸 승리지만, 부담스러운 대회 첫 경기에서 귀중한 승점 3을 얻으면서 한결 부담을 덜게 됐다.
‘선수비 후역습’ 카드를 꺼낸 중국을 상대로 한국은 예상대로 장신 공격수 오세훈이 원톱으로 출격한 가운데 엄원상과 이동경이 좌우 측면을, 김대원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뒤를 받쳤다. 밀집 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측면 공략 뿐 아니라 스피드와 개인 전술을 지닌 2선 자원의 뒷공간 침투가 핵심이다.
한국은 킥오프 2분 만에 김대원이 첫 번째 슛을 기록하면서 중국을 몰아붙였다. 그러나 효력이 없었다. 중국의 거센 전방 압박에 좀처럼 측면을 허물지 못했다. 오히려 중국이 첸빈빈 등을 활용해 예리하게 측면 역습을 펼쳤다. 전반 14분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서 중국 두안 리우휘의 침투를 놓쳐 위협적인 슛을 허용했고 2분 뒤엔 장위닝이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절묘하게 돌려세운 뒤 위력적인 오른발 감아 차기 슛으로 한국을 위협했다.
한국은 후반 중반 이후 2선 요원이 위치를 바꿔가면서 상대 중앙 수비 뒷공간을 노렸다. 마무리가 아쉬웠다. 후반 21분 이동경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김대원과 원투 패스를 주고받은 뒤 때린 오른발 슛이 골키퍼 정면을 향했다. 전반 33분엔 이동경이 오세훈과 공을 주고받은 뒤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문전 오른발 슛을 시도했으나 골문을 벗어났다. 수세에 몰린 중국은 다시 반격했다. 수비라인을 내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전방 압박을 펼치면서 틈을 노렸다. 전반 36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파고든 펑 보수안의 오른발 슛이 살짝 벗어나는 등 막판 공격을 주고받았다. 한국은 전반 볼 점유율에서 73%로 압도했지만 유효 슛수는 3-2로 박빙이었다. 그만큼 중국의 역습 전략은 매우 효율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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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 맹성웅 대신 공격 능력이 좋은 김진규를 투입, 포메이션을 4-2-3-1에서 4-1-4-1로 바꿨다. 공격 일변도로 나서면서 승부를 걸었다. 중국은 이를 역이용했다. 후반 2분 한국이 전진한 틈을 노려 역습을 전개, 교체로 들어온 공격수 양리유가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이어받아 문전에서 왼발 슛을 시도했다. 송범근이 공의 궤적을 읽고 가까스로 잡아냈다. 한국은 교체로 들어온 김진규를 중심으로 한 템포 빠르게 문전 침투를 노렸다. 그러나 페널티박스 측면에서 둔탁한 퍼스트 터치는 물론, 문전에서 패스의 질이 떨어졌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김 감독은 후반 12분 김대원 대신 이동준, 28분 엄원상 대신 정우영까지 투입해 총력전을 펼쳤다. 하지만 중국 수비는 갈수록 견고했다. 후반 들어 한국의 유효슛은 1개에 그쳤다. 오히려 중국이 전반보다 위협적인 역습 장면을 더 만들어내면서 이변에 다가서는 듯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한국을 외면하지 않았다. 기어코 김 감독의 용병술이 통했다. 후반 추가 시간 미드필드에서 김진규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파고든 이동준을 향해 침투패스를 넣었다. 이동준이 공을 잡아낸 뒤 중국 수비를 따돌렸고 재빠르게 왼발로 차 넣었다. 굳게 닫힌 중국 골문이 마침내 열리는 순간이었다.
승전고를 울린 한국은 12일 오후 7시15분 같은 장소에서 이란과 2차전을 치른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