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과 하이파이브 나누는 박지수 [포토]
KB 박지수가 24일 재개된 2019-20WKBL KEB하나와 KB스타즈의 경기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부천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충격적인 고백이 이어지고 있다. 농구스타들이 그간 맘고생과 받았던 설움을 잇따라 터뜨리고 있다. KBL에서 뛰고 있는 특별귀화선수 라건아(31·KCC)와 혼혈귀화선수 전태풍(40·SK)에 이어 WKBL 박지수(22·국민은행)까지 자신의 SNS(Social Network Service)에 참았던 울분을 토해냈다.

라건아가 SNS에 악성 메시지를 캡쳐해 공개한 게 시발점이다. ‘돈은 많이 받는데 너무 못한다’, ‘한국에서 꺼져라’라는 수위높은 비난은 물론 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 메시지도 포함됐다. 라건아는 “매일 한국인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받는다. 보통은 차단하지만 매일 이런 것들을 견뎌야 한다”고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 한국이 좋아 귀화까지 해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있는 선수 입장에선 가슴이 먹먹해질 수밖에 없다. 귀화해서 11년째 한국에서 뛰고 있는 전태풍도 “나쁜 메시지 때문에 은퇴하고 싶었다. 농구 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10년 동안 참아왔는데 이제는 조용히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누구보다도 한국 문화에 적응하려고 애쓴 전태풍이기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거친 몸싸움 속에 생존경쟁을 해오던 박지수도 결국 분노를 표출했다. 지난 20일 마산에서 열린 BNK와의 원정경기에서 15점 13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팀의 62-45 완승을 이끌었던 박지수는 경기 후 심판 판정에 대한 속상함을 드러냈다. 그날밤 자신의 SNS에 농구 포기까지 언급할 정도의 마음고생을 고백했다. 자신의 SNS에 박지수는 “어렸을 적부터 표정 이야기를 많이 들어 반성하고 고치려 노력 중이다. 일부러 무표정으로 뛰고 조금 억울해도 항의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표정이 왜 저러냐’, ‘무슨 일 있냐’, ‘싸X지가 없다’등 매번 그렇게 말씀하시면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으셨나요. 아니면 일부러 들으라고 하시는 건가요”라고 밝혔다. 이어 “스트레스를 받았고 시즌 초 우울증 초기까지 갔다. 정말 너무 힘들다. 너무 답답하고 스트레스 받아 진짜 그만하고 싶어서다. 그냥 농구가 좋아서 하는 거고, 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데 이제 그 이유마저 잃어버리고 포기하고 싶을 것 같아서요”라는 의미심장한 말로 끝맺었다.

박지수
캡쳐 | 박지수 SNS

농구스타들의 잇딴 고백은 팬들의 반성과 위로로 이런 행위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도덕적 행위를 근절하자는 공감대 형성에 전태풍에 이어 박지수도 용기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박지수 역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욕 하실 분들은 욕할 것도 안다. 그럼에도 올리는 이유는 너무 답답하고 스트레스 받아 진짜 그만하고 싶어서”라고 항변했다.

몇몇 선수들이 속으로 삭이며 수년간 참아오던 것을 격정 토로하며 일부 팬들의 몰상식한 비난과 행동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모 구단 관계자는 “비단 이번에 불거진 몇 명의 선수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선수들이 구단에 고민을 털어놓을 정도로 심각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곪을대로 곪은 게 결국 터졌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번 농구스타들의 용기있는 고백이 성숙한 응원문화 정립을 위한 초석이 되길 농구계는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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