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서울에서 뛸 당시의 기성용.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모두 원하는 기성용(31)의 K리그 복귀를 친정팀이 가로막은 꼴이 됐다.

2020시즌 K리그 흥행을 이끌 기성용의 복귀가 끝내 무산됐다. 11일 기성용의 소속사 C2글로벌은 “FC서울과 전북 현대 양 구단과 협상을 종료한다”며 “올시즌 K리그에 복귀하는 일은 매우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계약 해지한 기성용의 국내 복귀 타진은 축구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성용은 예상보다 일찍 유럽생활을 청산하고, 축구 인생의 마무리를 K리그에서 보내길 희망했다. 비시즌 기간 비교적 조용하던 축구계는 기성용의 K리그 복귀 추진 소식에 크게 반응했고,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에도 오르는 등 핫 이슈로 떠올랐다.

현재 국가대표에서 은퇴했지만 기성용은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주장이다. 그는 뛰어난 발 기술과 넓은 시야 등 축구 실력은 물론 이목구비가 뚜렷한 외모로 많은 여성팬을 거느렸다. 비록 선수로서 최고점을 찍고 내려온 뒤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의 복귀만 이뤄진다면 지난 시즌부터 이어오던 K리그 흥행에 추진력을 얻을 수 있었다. 유럽 무대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스타 플레이어 가운데 국내로 복귀한 사례는 드물었다. 한국 축구의 전설인 차범근 전 감독과 박지성 등은 여러 여건 탓에 국내 무대에 복귀할 수 없었다.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국내복귀 협상 과정에서 친정팀 서울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09년 기성용을 유럽으로 보낼 당시와 비교해 11년이 지난 지금 서울은 ‘저비용 고효율’ 기조로 팀 운영 정책을 바꿨다. 위약금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서울이 기성용의 시장 가치를 연봉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구단 상황을 고려하면 서울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서울의 소극적인 협상 자세를 보면 과연 진정으로 기성용의 복귀를 원했는지 의구심을 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팬들의 실망감이 커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기성용의 복귀 타진 과정에서 당사자인 선수와 두 구단은 관련된 언급을 최대한 자제했다. 조심스럽게 대처한 건 국내 축구계에 미치는 파장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 5일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전반기 선수 등록이 마감되면서 적어도 서울과 전북은 나란히 6월까지 기성용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전북은 K리그 최고대우는 물론 서울에 물어줘야 할 위약금의 일부를 지원해주겠다는 의지를 보일 정도로 기성용의 영입에 공을 들였다. 팀 전력 상승뿐 아니라 팬 몰이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돌아올 것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결국 위약금 문제로 기성용과 전북의 입단 협상이 답보 상태로 이어지자 서울은 수정된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성용 측이 만족하기 힘들었다.

기성용의 국내 복귀 추진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 서울은 “K리그 복귀 시 우리 구단으로 와야한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어느 분야든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구단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K리그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했어야 마땅하다. 기성용의 복귀는 K리그 흥행에 촉매제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서울이 근시안적 관점에만 얽매이면서 결국 리그 판도를 흔들 흥행카드를 날려버렸다.

상황이 일단락된 뒤 양 측의 입장마저 엇갈렸다. 서울 강명원 단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기성용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무산돼 솔직히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기성용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그는 영문으로 “거짓으로 나를 다치게 한다면 나도 진실로 상처를 줄 수 있다. 나를 가지고 놀지마라. 내가 가지고 놀기 시작하면 너도 좋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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