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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는 지난 18일 본인의 은퇴식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 간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그는 “심리적으로 불안했다. 운동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우울증 증세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박찬호는 “(먹튀 논란으로)심리치료까지 받았던 텍사스 소속 시절에는 내일 잘 던지면 된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은퇴를 한 뒤에는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며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박찬호는 은퇴 후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복귀를 위한 훈련을 하기도 했다. 그는 “한화가 정규시즌 중 어려움을 겪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나홀로 훈련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은퇴 후 겪는 우울증세는 비단 박찬호만 경험한 것이 아니다. 대다수 야구 선수들은 옷을 벗은 뒤 현장에 대한 그리움과 박탈감으로 심리적인 고통을 겪는다. 지난 2011년 경기 중 펜스에 부딪혀 골절상을 입은 뒤 방출을 당한 정원석(전 한화)은 자신의 SNS에 “하루에도 몇 번씩 야구공이 날아오는 꿈을 꾼다. 야구가 하고 싶어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한화 이종범 코치는 KIA에서 은퇴를 앞두고 “명예로운 은퇴는 없다. 전성기는 지났지만 유니폼을 입고 팬들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더 명예로운 일”이라며 은퇴의 현실적인 고충을 밝히기도 했다.
은퇴를 한 많은 선수들은 심리적인 불안감에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하루 아침에 바뀌는 생활 환경의 변화 때문에 삶에 대한 의욕을 잃기도 한다. 미국 진출 후 방황의 길을 걷다 현재 상무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정영일은 “단체 생활을 하다가 혼자가 됐을 때 엄청난 외로움이 엄습했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 해설자 등 야구인 ‘이너서클’에 들지 못한 은퇴선수들의 생활 모습은 더 열악하다. 대다수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전념하기 때문에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을 원활하게 받지 못했다. 그래서 대다수의 은퇴 선수들은 자영업에 매달린다. 새 경제활동을 얻지 못하는 이들은 어둠의 길에 들어서기도 한다. 지난 2012년 한 전직 선수는 조폭에 가담해 구속 수사를 받기도 했다.
은퇴 이후의 선수들에게 관심을 갖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심리 치료와 새로운 생활에 대한 적응 훈련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지난 2013년 4월 은퇴선수들의 권익보호를 최대 기치로 내걸고 발족한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이하 한은회)의 활동도 미미하다. 대부분 스타급 은퇴선수들은 이벤트 행사나 공익 활동에 전념하고 있지만, 정작 야구계를 떠난 은퇴선수들에 대한 활동은 거의 진행하지 않는다.
김경윤기자 bicycl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