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장수 브랜드 너구리를 재해석한 RtA 제품. 제공| 농심

[스포츠서울 동효정 기자] 식품업계가 ‘익숙한 신제품’ 출시 경쟁으로 뜨겁다. 자칫 올드할 수 있는 장수 제품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젊은 층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인터넷 밈(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지며 유행하는 현상)을 반영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식이다.

20일 동아오츠카는 저탄산 과즙음료 ‘데미소다’ 청포도를 출시했다. 데미소다는 1991년 출시돼 30년동안 사랑받는 브랜드다. 동아오츠카는 2030 젊은세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청포도 에이드 음료 선호도가 높은 것을 확인하고 2017년 이후 3년만에 신제품을 추가했다.

롯데제과는 1984년 첫선을 보인 비스킷 ‘하비스트’의 후속 제품 ‘하비스트 피넛버터샌드’를 선보였다. 하비스트가 샌드 버전으로 나온 것은 출시 이래 처음이다. 롯데제과 측은 이번 신제품은 장수 브랜드에 새로움을 더하기 위한 브랜드 리뉴얼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농심은 1982년 처음 선보인 너구리 한정판 신제품 ‘앵그리 RtA’를 출시했다. RtA는 한글을 읽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지어낸 별칭이다. 외국인이 너구리 포장지를 거꾸로 뒤집어서 알파벳 R, t, A로 읽었다는 사연에서 시작됐다. 재미삼아 너구리를 RtA라고 부르는 소비자도 있다. 농심은 이런 현상에 착안해 RtA를 제품으로 만들었다.

올해는 RtA 앵그리로 매운맛을 강화한 신제품까지 출시했다. 신제품은 너구리보다 더 굵은 면을 쓰고 매운 맛을 약 3배 강화했으며, 해산물 재료 함량도 늘렸다.

농심 관계자는 “실제로 한 외국 온라인쇼핑 사이트에서는 농심 너구리를 ‘RTA Neoguri’라고 병행표기 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며 “신라면과 안성탕면, 짜파게티 등 장수 브랜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펀(fun) 마케팅을 펼쳐 더 젊고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출시 45주년을 기념헤 ‘찰 초코파이 정(情)’, 장수 브랜드 고래밥을 활용한 상어밥, 공룡밥 출시 등을 이어가고 있다.

익숙한 신제품으로 국내 식품업계가 매출액 대비 R&D 개발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 대비 R&D 투자 개발 비중이 1%(181억원 투자), 오리온은 0.72%(38억원), 롯데제과는 0.54%(85억원)에 불과했다.

식품업계는 오랜 기간 제품 개발을 고민하는 비효율적인 연구개발(R&D)보다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취향 변화 주기가 빨라져 트렌드에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처음부터 신제품을 개발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오랜 시간 사랑받은 장수 인기 제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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