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시너지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방송사 간 장벽을 허무는 시너지로 시청자들의 볼거리도 배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방송에서 타 방송사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민감한 요소로 작용했다. 이야기를 할 때면 우회적으로 돌려 말하거나, 이후로는 SBS는 S, KBS는 K 등 이니셜로 이야기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자유롭게 언급하는 것은 물론 타 방송사에서 활약, 또는 출연할 스타들이 출연해 채널을 초월하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가장 눈에 띈건 SBS ‘스토브리그’와 MBC ‘나 혼자 산다’의 교류다. ‘스토브리그’ 방영 전 남궁민은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하와이 생활을 공개했다. 당시 ‘스토브리그’ 해외 촬영 주간으로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 또 행운의 상징인 거북이를 찾아 ‘스토브리그’의 대박을 기원하고 함께 출연하는 조병규와 식사도 했다. 정동윤 감독은 “처음에는 ‘나 혼자 산다’에서 하외이 촬영에 왜 오실까 싶었는데, 많은 덕을 본 거 같다. 인기예능인데 영향을 받았다”고 고마운 마음을 밝혔다.

거북이에게 빈 바람이 이뤄지기라도 한걸까. 실제로 ‘스토브리그’는 20% 가까운 시청률로 흥행 홈런을 쳤다. ‘스토브리그’ 방송 중간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던 조병규는 종영 인터뷰에서 “제작진 분들께 감사하다. 타 방송사인데도 챙겨주시고 처음에 재밌게 만들어 주셨다”고 덧붙였다.

지난 주말 방송한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에서는 배우 오민석이 ‘미운 남의 새끼’로 출연해 어머니 집과 오가는 일상생활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민석은 KBS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하 사풀인풀)’에 남자 주인공으로 출연 중으로, 시간대는 다르지만 같은 요일에 방송하는 타 방송사 예능에 출연한 것. ‘사풀인풀’ 애청자라는 ‘모벤져스’ 어머니들은 오민석을 반기는 것은 물론, 드라마 내용까지 이야기하며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미우새’에서도 별다른 편집없이 자연스레 방송에 내보내면서 달라진 방송 트렌드를 체감케 했다.

이외에도 MBC ‘놀면 뭐하니?’에는 유재석의 ‘라섹남’ 편에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유민상, 김준현, 김민경, 문세윤이 출연해 기분 좋은 유쾌한 시너지를 냈고, 포상휴가 편에서도 SBS ‘런닝맨’에 함께 출연 중인 지석진, 이광수와 KBS2 ‘해피투게더4’에서 호흡 중인 조세호를 초대해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이 같은 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잦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워낙 콘텐츠가 많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긴 하지만, 이젠 경쟁보다는 시너지를 내는 시대”라며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케미와 재미를 찾고자 한다. 타 방송사에 대해서도 보수적이었던 것과 달리 제작진도 열린 마음으로 끊임없이 변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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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MBC,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