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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우승 신화 멤버인 수비형 미드필더 정호진(20)은 전남 드래곤즈 유니폼을 입고 새 시즌 꿈에 그리던 프로 무대에 데뷔한다.
U-20 대표팀 시절 ‘체력왕’으로 불릴 만큼 남다른 근성과 활동량을 지닌 그는 1부 승격에 재도전하는 전남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전경준 전남 감독은 올 시즌 실리 축구를 화두로 내걸었다. 전방부터 후방까지 콤팩트하게 간격을 유지하면서 효율적인 움직임과 공수 전개를 펼치는 게 핵심이다. 그러려면 수비의 일차 저지선이자 빌드업의 꼭짓점 구실을 해야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호진은 올겨울 FC서울에서 트레이드로 전남에 온 선배 황기욱과 선의의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한다.
정호진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기욱이 형은 나보다 더 경험이 많은 선수다. 그라운드에서는 같은 선수이므로 나 역시 장점을 활용해 팀에 도움을 줘야 하나, 우선 배운다는 마음으로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U-20 월드컵 경험은 데뷔 시즌 연착륙을 향하는 데 추진력이 된다. 지난해 비록 결승전엔 뛰지 못했지만 그는 조별리그부터 토너먼트까지 5경기(453분)를 소화하며 한국 남자 축구 FIFA 주관 대회 역사상 최고 성적에 이바지했다. 정호진은 “K리그2는 모든 팀이 승격을 향해 경쟁이 치열하다. 큰 경기에 들어가게 되면 월드컵 경험을 토대로 마인드 컨트롤이나 경기 운영 면에서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U-20 월드컵 시절 동료로 지낸 오세훈(상주), 엄원상(광주) 등이 U-23 대표팀에 월반해 2020 도쿄올림픽을 바라보는 것도 정호진에게 커다란 동기부여다. 그는 “월드컵을 함께 뛴 동료가 올 초 (U-23 챔피언십 우승 멤버로 뛰는 등) 잘하는 모습을 보니까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동시에 선수로 나도 그런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웃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의 특성상 궂은일을 많이 해야 한다. 흔히 팀의 ‘언성 히어로’로 불린다. 그는 전남에서도 소금 같은 구실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월드컵 시절이나 지금이나 팀 목표가 곧 내 목표”라고 말한 정호진은 “팀이 잘 되면 덩달아 나도 잘된다고 본다. (프로 첫 시즌이나) 형들이 잘 챙겨주고 감독께서도 전술적으로 이해를 많이 시켜주기에 적응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U-20 대표팀 시절 수장인 정정용 감독이 K리그2 서울이랜드 지휘봉을 잡았다. 자신에게 커다란 영감을 준 지도자를 적으로 상대하게 됐다. 정호진은 “정정용 감독을 상대 팀으로 만나는 건 새로운 기분일 것 같다. 늘 확고한 철학을 지니신 분인데 프로에서는 어떠한 모습일지 궁금하다”며 “서로 좋은 모습을 보이되, (승부의 세계이니) 우리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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