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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KT의 새로운 수장으로 구현모 신임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그러나 취임한 지 단 하루 만에 ‘구 대표 위기론’이 제기되면서 출발부터 삐걱대는 모양새다.
구 신임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KT그룹을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지만 이를 두고 KT 내외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외풍’이 아니라 당장 자신에게 산적해 있는 ‘내풍’(검찰로 송치된 형사소송)부터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는 이유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 가운데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판결만 나와도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 업무상횡령·정치자금법 위반 검찰 송치구 신임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있는 상태다. 일명 ‘상품권 깡’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것이다. 황창규 전 KT회장과 구 신임대표는 지난 2014년 5월부터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3.5~4%의 수수료를 떼고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비자금 11억 5000만원을 조성해 불법 정치자금 후원 등에 쓴 혐의를 받고 있다.
KT민주동지회와 노동인권센터 측은 지난 2018년 황 전 회장과 구 신임대표를 이같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은 지난해 1월 16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검찰에 보낸 사건처리결과 통지에서 “피의자(황창규·구현모)들의 정치자금법위반죄 및 업무상횡령죄 혐의에 대해 혐의가 인정돼 별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명시했다. 송치 이후 검찰이 1년 넘게 사건을 끌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KT민주동지회 측은 “올해 안에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귀띔했다.
구 신임대표는 지난 2014년 황 전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은 인물이다. 이에 황 전 회장이 받고 있는 재단법인 미르 11억원 불법 출연, 플레이그라운드 부당 광고수주 등의 혐의에 직접 관여했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면서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1심 금고만 받아도 사임인데…임기 1년 채울까구 신임대표가 최종후보자로 선정되기 전 KT 이사회는 신임대표이사 후보 선정과정에서 고객·주주·KT그룹 구성원들로부터 청취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대표이사 경영계약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반영할 것을 제안했고 당시 구 후보는 이를 수용했다. ‘대표이사 회장’ 제도를 ‘대표이사 사장’ 제도로 변경하는 것과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는 중대한 과실이나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인다는 조건이다.
구체적으로 경영계약에 명시된 내용은 ‘이사회는 대표이사가 임기 중 대표이사 직무와 관련된 불법한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히고 그러한 행위로 인하여 1심에서 금고이상의 형이 선고된 경우 주주총회를 통한 대표이사 해임 절차를 거치기 전에 이사회 결의로 대표이사에게 사임을 권고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표이사는 이사회의 사임 권고에 따라 사임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최종 확정이 아닌 1심에서 금고이상의 형이 선고되더라도 이사회는 대표이사에게 사임을 권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결과가 나와야겠지만 경찰이 구 신임대표의 혐의를 인정한 만큼 금고 이상의 판결이 나올 것이란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대표이사 임기 중에 대표이사 직무와 관련한’이라는 단서 조항이 달려있어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의 혐의로 이사회가 사임 권고를 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도덕성’이라는 기준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된다. 구 신임대표가 금고 이상의 판결을 받고도 물러나지 않을 경우 기업 이미지에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위원장은 “통신사업은 국민들의 삶과 밀접하고 민감한 신경망에 해당되기에 당연히 CEO는 높은 도덕성과 준법성이 요구된다”며 “하지만 구 신임대표는 이미 정치자금법과 업무상횡령죄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돼 있는 사람으로서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기 때문에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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