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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연봉퀸’ 양효진(31·현대건설)이 마침내 V리그 여자부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양효진은 9일 한국배구연맹(KOVO)이 발표한 도드람 2019~2020 V리그 팀·개인상에서 여자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양효진은 기자단 투표 결과 30표 중 24표를 획득하며 팀 동료인 이다영과 KGC인삼공사의 발렌틴 디우프(이상 각 3표)를 압도적으로 따돌리고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여자부에서 센터가 MVP를 수상한 것은 2005년의 정대영(당시 현대건설) 이후 무려 15년 만의 일이다. 센터는 일반적으로 조연에 가까운 역할을 담당한다. 공격은 주로 좌우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레프트, 라이트 공격수들의 공격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센터는 속공이나 블로킹처럼 궂은 일을 담당하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지난 2005~2006시즌 이후 14시즌 동안 레프트, 라이트 선수들이 MVP를 독식했다. 세터로서는 이효희가 2013~2014, 2014~2015시즌 연속 최고 선수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서른 살을 넘은 양효진에게는 생애 첫 MVP 수상이라 더 값진 결과다. 양효진은 지난 2014~2015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베스트7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센터라는 포지션의 한계 때문에 MVP 수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양효진은 나이와 포지션의 벽을 뛰어넘어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게다가 이번 시즌에는 2020도쿄올림픽 준비로 인해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는 강행군을 벌였기 때문에 기쁨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양효진의 MVP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번 시즌 양효진은 26경기 102세트에 출전해 429득점을 기록하며 득점 6위에 올랐다. 무려 43.7%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앞세워 센터 중에서는 유일하게 득점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성공률로 따지면 양효진이 메레타 러츠(GS칼텍스, 41.39%)와 디우프(41.31%)보다 앞선다. 동시에 양효진은 장신을 앞세워 총 블로킹으로 87득점(세트당 0.853회)을 기록하며 이 부문 1위도 차지했다. 팀 성적도 뒷받침됐다. 현대건설은 고공행진을 이어간 끝에 정규리그를 1위로 마쳤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리그가 중단되면서 레이스를 마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현대건설의 에이스 구실을 한 것만은 분명하다.
최고연봉자의 명성에 걸맞는 활약이었다. 양효진은 현재 V리그 여자부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다. KOVO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양효진은 3억5000만원의 연봉을 수령하고 있다. 박정아(한국도로공사)와 함께 여자부 1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양효진은 리그에서 가장 비싼 선수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플레이를 구사했다.
KOVO는 코로나19 여파로 시상식 열지 않는 대신 서울 한 호텔에서 전달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양효진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기쁘다”라면서 “이번 시즌은 힘들었다. 일정이 타이트해 5라운드 들어서는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정신력으로 버텼는데 되돌아보면 재밌는 시즌이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다영이에게는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다영이는 지금보다 더 기량이 좋아질 것이다. 남은 인생에서 나보다 더 MVP를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런 능력이 있는 선수”라며 MVP 후보로 경쟁한 이다영에게 공을 돌렸다.
남자부 MVP로는 우리카드의 1위 등극을 이끈 나경복(26)이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나경복은 이번 시즌 29경기 113세트에 출전해 491득점을 기록하며 우리카드 왼쪽 날개를 책임졌다. 남자부 득점 6위로 국내 선수 중에서는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한층 성숙하고 안정된 플레이로 공수에 걸쳐 만점짜리 활약을 했다. 나경복은 지난 2015~2016시즌 남자부 신인선수상을 수상한지 4년 만에 MVP까지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나경복은 “비예나가 받을 줄 알았다. 예상하지 못했다. 다음 시즌에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았다. 이번 시즌에는 감독님과 동료들이 자신감을 심어줬다. 안주하지 않고 다음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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