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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비례대표 1번 류호정 후보.  출처 | 류호정 페이스북 캡처

[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4·15 총선이 코앞이다. 총선은 국민으로써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며 정치적 자유권을 보장받는 창구이기도 하다. 그만큼 선택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의미다.

그동안 ‘대리 게임’ 논란으로 시작한 정의당 비례대표 1번 류호정 후보에 대한 취재는 그의 도덕성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e스포츠 담당으로써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란 게임에 이해도가 있었고 논란이 된 등급(티어)을 대리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에게 어느 정도의 박탈감을 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여기에 류 후보가 퇴직금에 퇴직위로금, 전직지원금 등을 모두 수령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끝까지 게임업계 ‘해고노동자’라고 주장하면서 그의 도덕성 논란은 더 의심받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 후보는 지난달 3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노조설립을 주도하다 잘렸다”며 자신은 해고노동자라고 거듭 밝혔다.

그러다 슬그머니 해고노동자란 단어를 삭제했다. 더 이상 해고노동자란 주장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의 선거공보를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 수 있다. 그의 선거공보엔 해고노동자란 단어는 없다. 권고사직이라고 표현하면서 스스로가 해고노동자가 아님을 인정했다. 그동안 거짓해명으로 대응하던 그의 도덕성을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더불어 류 후보가 아프리카TV·트위치 방송 당시 욕설 등 거친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는 의혹으로 취재를 하면서 그의 과거가 모두 삭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만약 비례대표 출마를 위해 본인의 과거를 지웠다면 이것 또한 위선일 수 있다. 미처 지우지 못한 욕설 영상을 어렵게 찾아냈다. 삭제한 개인방송 영상 가운데 공개하기에 곤란한 영상이 있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류호정 페이스북
류호정 후보가 지난해 4월 페이스북에 올린 20대 게임업계 남성을 비하한 글이다.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출처 | 류호정 페이스북 캡처

기사화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후보들의 ‘막말’ 논란이 거세다. 미래통합당 서울 관악갑 김대호 후보가 “30~40대는 논리가 없다”는 세대비하 발언으로 당에서 제명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런 가운데 류 후보가 과거에 올린 글 또한 논란이 될 조짐이다. 류 후보는 지난해 4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대 남성, 그리고 게임업계 종사자를 겨냥해 글을 남겼다. 그는 “페미니즘을 극도로 반대하는 집단이 20대에 25.9%나 되고 적당히(?) 반대하는 집단까지 합하면 거의 60%라니”라면서 “젊은 남성이 고객의 다수였던 게임업계에서 내가 스트레스 받을 만했다. 이 집단은 다른 집단에 비해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부족하다”고 적었다.

류 후보가 ‘20대 남성이 많은 게임업계는 다른 집단에 비해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IT·게임업계 노동자를 대표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류 후보가 직접 20대 남성, 특히 게임업계 남성종사자에 대한 비하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글을 썼다는 것은 모순이다. 현재 류 후보의 페이스북에서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앞서 자신의 개인방송 영상을 삭제한 데 이어 페이스북 글까지 국회입성에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과거들을 모두 지운 것으로 보인다.

영상을 지우고 글을 삭제한다고 해서 한 사람의 과거가 모두 덮이지는 않는다. 그런 류 후보가 이제 IT·게임업계를 대변하겠다는 것인지, 페미니즘을 대표한다는 것인지 국회에 입성하기에 앞서 자신의 정체성부터 명확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