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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프로배구 V리그 FA(자유계약선수)시장에 깜짝 이적 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난 10년간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 온 박철우(35)가 전격적으로 한국전력행을 확정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19일 “최근 박철우와 FA계약을 맺었다. 조만간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FA자격을 얻은 박철우는 삼성화재 잔류가 점쳐졌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나이에다 워낙 ‘삼성화재맨’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10년만에 또 한번 FA시장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박철우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건…박철우는 지난시즌 연봉 4억4000만원으로 남자부 선수 가운데 7위를 차지했다. 팀 내 최다 금액이다. 삼성화재는 장기간 팀을 위해 헌신한 점을 고려해 FA협상에서 계약기간 2년에 연봉 총액 10억 5000만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 FA 역대 최고액이라 5억원 이상의 연봉이라면 충분히 잔류를 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전력이라는 복병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한국전력은 박철우에게 구단 역대 최고 연봉인 계약기간 3년에 연봉 총액 21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연봉 7억원은 V리그 남자부 최고 연봉(기존 대한항공 한선수 6억 5000만원)이기도 하다. 박철우 영입에는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과 권영민 수석코치의 공이 컸다. 장 감독은 삼성화재에서 박철우와 한솥밥을 먹었고, 권 수석코치는 현대캐피탈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권 코치가 박철우에게 ‘데뷔 때 함께 했으니 선수 말년도 함께 해보자’는 말이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의 빠른 의사 결정도 박철우 영입에 한 몫했다. 지난 16일 박철우와 계약을 타진한 한국전력은 이튿날 곧바로 경영진이 빠른 의사 결정을 내렸다. 박철우는 한국전력의 빠른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신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팀이라는 것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의 속사정한국전력이 박철우의 영입을 위해 거액을 베팅한 것은 전력보강은 물론 샐러리캡 소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한국전력은 2019~2020시즌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 위반으로 3억원이 넘는 벌금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연봉 5억원을 받았던 주포 서재덕이 군 입대하면서 샐러리캡 소진율이 50%대로 떨어졌고, 최홍석을 OK저축은행으로 트레이드 시키면서 소진율은 40%대까지 내려갔다. 2020~2021시즌 V리그 남자부는 지난시즌에 비해 샐러리캡이 5억원 늘어난 31억원이다. 하지만 최소 소진율은 70%(18억2000만원)에서 50%(15억5000만원)으로 하향조정됐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연말 오재성이 군 전역해 팀에 합류했지만 세터 강민웅의 은퇴로 여전히 샐러리캡 소진율은 고민거리로 남아있다. 결국 한국전력은 샐러리캡 소진율을 높이면서 확실한 전력보강을 하기 위해 2020년 FA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우리카드 레프트 나경복의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왕에 ‘큰 손’ 역할을 하기로 했으니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결국 박철우를 깜짝 영입하면서 샐러리캡 소진율 고민거리도 털어냈다.
◇35세의 베테랑 영입 득일까 독일까지난시즌 활약만 놓고보면 박철우는 V리그 최고 공격수로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득점 7위(444점)로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는 MVP를 수상한 나경복(우리카드)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득점을 책임졌다. 공격종합 6위(51.48%)와 오픈 공격 4위(50.62%)를 기록하면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국가대표팀 내에서도 부동의 라이트 공격수로 활약을 하고 있다.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최하위로 마감한 한국전력 입장에서는 박철우의 영입으로 단박에 봄배구를 노려볼만한 전력 상승이 기대된다. 쌍포를 이룰 외국인 선수만 잘 선택한다면 차기시즌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때는 2021~2022시즌에 공격라인을 구축할 서재덕과 박철우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가 된다. 다만 35세 박철우의 적지 않은 나이가 변수로 꼽힌다. 박철우는 현역으로는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시점에서의 선수 가치가 3년동안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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