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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가 지난 23일 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선율기자 melod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는 그야말로 진퇴양난 상태다.

정부는 줄도산 위기를 겪는 항공업계에 지난 2월 저비용항공사(LCC)를 대상으로 3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투자한데 이어 이번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에 조 단위 긴급자금 수혈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LCC업계가 추가 지원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일부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을 환영하면서도 미국과 싱가포르, 유럽 등과 같이 보다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기초체력을 잃지 않도록 도와야한다고 강조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를 만나 정부가 내놓은 항공분야 긴급 지원방안에 대한 입장과 향후 항공업황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허 교수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항공업 종합대책에 대해 “지난 2월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정부가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은 것은 업계에 희망적이고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 “다만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미국이나 유럽 등과 비교해서는 아직 부족하다. 항공업은 기간산업으로서 지금과 같이 하늘길 봉쇄가 장기화되면 경제도 같이 폐쇄된다. 때문에 국가가 앞장서서 보호해야한다. 미국, 유럽 등은 이를 중요하게 여겨 제일 먼저 항공산업을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중장거리 노선을 보유한 대형항공사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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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의 중국항공사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지난 21일 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긴급 수혈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늦추거나 포기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아시아나항공에만 무리한 자금지원을 해준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허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는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쪽의 차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며 “HDC현산 입장에서는 계약금 2500억원을 포기하더라도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막상 포기해도 계약 당시 우발 채무가 없는 것을 전제로 실사를 했기 때문에 실제 2500억원 모두가 날아가진 않는다. 또 라임 부실까지 추가로 드러나 소송으로 갈 수도 있다. 만약 현산이 물러나면 아시아나는 청산돼 대규모 빚을 떠안아 1만여명의 직원들이 직장을 잃는 최악의 상황을 겪게 된다. 그렇게 되면 채권자인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떠안아야한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한화가 인수를 포기해 산은 등 채권단이 부채를 떠안았다. 이때부터는 국민의 세금이 직접 투입된다. 그러느니 자금 긴급 수혈을 통해 회생시키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6년 한진해운의 경우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정부가 지원을 끝끝내 안해 파산했다. 당시 한진해운은 세계 7위 기업으로 사라진 뒤 후유증이 꽤 컸다. 한진해운은 70% 교역량을 확보하고 있는데 당시 해운망이 모두 붕괴되고 지금은 머스크와 같은 대형 외국 선사들이 배분해 전체 운임요율이 많이 올랐다. 당시 국내 물류비 전체를 올려놔서 정부의 책임론이 거론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스타항공의 대규모 구조조정 이슈에 대해서는 “이스타항공은 거의 파산 직전까지 온 상황으로 현재 제주항공이 인수를 결정했지만 실제 잔금을 치르진 않고 계속 인수를 늦추고 있다. 제주항공 또한 코로나 여파로 어려운 입장이라 이스타항공을 돕기 어렵고 애경그룹에 손을 벌려야하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리스 계약한 항공기 23대 중에서 10대를 조기 반납했고 750여명(전체의 45%)을 감원하는 등 최대한의 몸집 줄이기를 실현하고 있다. 정부는 이스타항공 측에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면 고용유지 지원금 90%를 주겠다고 발표했는데 사실 절반가량의 비행기가 사라진 마당에 직원을 줄이지 않기도 힘들 것”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가 항공사 면허를 남발해서 공급과잉이 생겨 이 같은 문제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 교수는 “시장경제 차원에서 볼때 정부가 불필요하게 시장에 개입해선 안된다”면서 “다만 한 회사가 죽고 사는 것은 그들의 문제로 시장논리에 의해 운영되도록 둬야한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인 2017~2018년은 최대 흑자를 보면서 항공업계가 흥청거렸고 비행기도 많이 들여왔다. 당시는 시장이 계속 좋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서로가 경쟁적으로 투자를 해서 비행기를 늘리는 등 규모를 키웠지만 지금 위기가 와서 무너진 것이다. 이럴때 정부는 안전을 강화해야한다. 경쟁은 알아서 하도록 놔두고 정부는 안전 검증을 깐깐하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항공업 회복 시기에 대해 허 교수는 “국내선은 다음달이 되면 거의 회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선 시장은 전체 항공시장에서 7% 내외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국제선 회복이 중요하다. 국제선의 경우 해외 각국의 코로나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 회복시기가 결정될 것이다. 국제기구 예측을 참고하면 3분기에 60~70%, 4분기 80~90% 수준으로 단계적인 회복세를 보이다가 내년이 돼야 완전한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여파 이후 항공업계에 새로운 판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허 교수는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가 큰 학습을 하게 된 사례다. 이를 계기로 세계 항공시장이 구조조정 등을 하며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며 “현재 국내에는 9개 항공사가 있지만 지금 시장구도 그대로 가지 않고 새로운 M&A가 일어나 순위변동 등의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제 무대에서 국내 항공사들이 활약하려면 대형항공사들의 기초체력이 튼튼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대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허 교수는 “세계 항공업계에서 황소개구리 역할을 하는 무서운 항공사로 중동 3사(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 카타르 항공)와 중국 3사(남방항공, 동방항공, 에어차이나)가 꼽히는데 이들 항공사들은 정부의 불법 보조금을 토대로 몸집을 크게 불리는 한편 운임까지 갖춰 경쟁력을 키워왔다. 그외 미국이나 유럽 등도 기간산업이 항공산업에 수조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하며 항공업부터 가장 먼저 챙겨왔는데 우리나라는 이와 비교해 지원이 미흡한 편이다. 이들 나라들이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이유는 결국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대.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은 중장거리 노선에서 결정되는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은 현재 강도높은 자구안 실현으로 체력 보강은 커녕 돈되는 것은 다 팔아넘겨 뼈만 앙상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겠지만 향후 경쟁력을 갖추려면 대형항공사가 커져야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melod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