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 본어게인 화양연화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올 봄에는 유독 로맨스물이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연달아 종영한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KBS2 ‘어서와’, tvN ‘반의반’은 인기 원작과 스타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1%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한채 막을 내렸다. 특히 ‘어서와’는 역대 지상파 미니시리즈 중 가장 낮은 시청률을 경신했고, ‘반의반’은 tvN 월화극 자체 최저시청률로 조기종영 하는 등 불명예를 안으며 흥행에 참패했다.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 JTBC ‘부부의 세계’ 아성을 넘을 신작 드라마는 어떤 것이 있을지 다음 작품들에 시선이 쏠린 가운데, 방송사들은 심기일전으로 또 한번 로맨스물을 줄줄이 내놨다. 김은숙 작가와 이민호의 복귀작 SBS ‘더 킹: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부터 장기용, 진세연, 이수혁의 KBS2 ‘본 어게인’, 유지태와 이보영의 tvN ‘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는 순간’(이하 화양연화) 등으로 ‘로맨스 바람’을 이어가는 중이다.

‘더 킹’은 ‘파리의 연인’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 흥행신화를 쓴 스타작가 김은숙과 ‘상속자들’ 이민호와 ‘도깨비’ 김고은과의 재회만으로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란 차원이 다른 평행세계를 그린 ‘더 킹’은 회를 거듭할수록 역사 고증부터 도 넘은 PPL(간접광고) 등 각종 논란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은숙 작가의 전작과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들도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첫 방송 당시 11.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찍었던 시청률은 6%대까지 하락했다.

청춘스타 캐스팅도 힘을 쓰지 못했다. ‘본 어게인’은 두 번의 생으로 얽힌 세 남녀의 운명을 그리는 내용으로 ‘부활’을 소재로 하는 환생 미스터리 멜로극. 전생인 1980년대와 현재를 오가며 장기용, 진세연, 이수혁이 1인 2역을 소화하고 있다. 다만 현생으로까지 이어지게 한 세 주인공들의 서사에 대한 치밀함이 부족해 전생과 부활이란 개연성에 힘이 빠진다는 반응이다. ‘본 어게인’은 최고 시청률 4.1%를 찍은 후 2~3%대를 유지 중이다.

‘화양연화’는 내공 깊은 배우 유지태와 이보영의 감성 멜로로 승부수를 뒀다. 첫사랑이 지나고 모든 것이 뒤바뀐 채 다시 만난 두 남녀, 재현(유지태 분)과 지수(이보영 분)에 대한 이야기다. 배우들의 빈틈없는 열연과 서정적인 스토리가 눈길을 붙잡지만 아직 시청률은 반응하지 않고 있다. ‘첫사랑 판타지’에 기대어 40대의 두 남녀의 로맨스를 이어가기엔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로맨스물의 경우 캐릭터마다 감정의 개연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젠 서사나 개연성은 필수에 대중은 더 신선한 자극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계속되는 하락곡선에 아쉬움도 남는다. 아직 종영까지 여러 회차를 남겨 놓은 만큼 시청률 부진의 고리를 끊고 반등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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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2, SBS,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