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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처음봤을 때 ‘얘 법상치 않다’고 느꼈다.”
김남일 성남FC 감독은 지난 23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끝난 2020시즌 K리그1(1부) 3라운드 강원FC와 원정 경기(1-1 무)를 마친 뒤 ‘10대 고졸 신인’ 홍시후(19)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더니 “정말 기대되는 선수다. 앞으로 얼마나 잠재력을 더 끄집어낼지가 중요한 것 같다”며 제자의 성장에 디딤돌이 될 것을 다짐했다.
김 감독이 찍은 ‘비밀병기’ 상문고 출신 홍시후가 K리그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홍시후는 지난해 남기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관심을 둔 자원이다. 성남 관계자는 “남 전 감독도 (그가 졸업한) 상문고 감독으로부터 홍시후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나보다. 구단 스카우트가 몇 경기를 지켜봤는데 될성부를 떡잎으로 표현하더라”며 “다만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자원이어서 계약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새 감독이 왔을 때 즉시전력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남 구단은 홍시후의 잠재력을 높게 보고 전격 계약했다. 원석이 아무리 좋아도 다듬지 않으면 보석이 될 수 없다. 홍시후가 꿈에 그리던 프로 유니폼을 입긴 했지만 쟁쟁한 선배 틈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그를 제대로 알아본 건 김 감독이다. 동계전지훈련서부터 주눅 들지 않는 당찬 플레이와 개인 전술로 팀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현역 시절 카리스마의 대명사로 불린 김 감독 앞에서도 당당함 그 자체였다. 김 감독은 “시후를 처음봤을 때 또래 친구와 달랐다. 처음 인사하는 자리에서 어린 친구가 고개를 똑바로 들고 내 눈을 쳐다보고 있더라”며 “범상치 않았고 뭔가 해낼 수 있는 친구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팀의 U-22 자원을 넘어 미래가치를 지닌 비밀병기로 확신을 품은 김 감독은 지난 9일 광주FC와 원정서 치른 개막 라운드서부터 홍시후를 후반 교체 출전시키며 기회를 줬다. 그는 기대에 부응하듯 특유의 빠른 발과 돌파를 앞세워 상대 수비를 흔들었고 후반 막판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당돌한 칩슛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날 강원전에서는 K리그 대표 골잡이인 대선배 양동현과 최전방 투톱으로 선발 출전했다. 프로 데뷔 첫 선발 기회를 단 3경기 만에 얻었다. 물 만난 고기처럼 뛰어다녔다. 양 팀 최다인 6개의 슛과 더불어 절반인 3개를 유효 슛으로 연결했다. 전방에만 머물지 않고 2선 지역까지 내려와 부지런히 뛰며 수비에도 힘을 보탰다. 이날 볼 획득만 8개를 기록했는데 미드필더인 권순형, 이스칸데로프(이상 9개)의 수치와 큰 차이가 없다.
아쉬운 건 마무리. 여러 차례 득점 기회에서 강원 수문장 이광연에게 가로막혔다. 전반 41분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침착하게 이어받아 강원 수비를 제친 뒤 오른발 슛을 시도했지만 이광연에게 잡혔다. 후반 4분엔 양동현의 패스를 받아 또 한 번 회심의 슛을 때렸지만 골망을 흔들진 못했다. 하지만 이제 만 19세로 경기를 거듭할수록 해결될 문제다. 비밀병기의 존재로 상대 수비 견제에 시달린 양동현도 한결 여유롭게 공격진을 누비게 됐다. 김 감독은 “신인으로 불안감을 떨치고 계속 거침없이 자신있게 플레이하면 한단계 더 성장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중용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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