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농구대표팀의 김상식 감독.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레슬링 국가대표팀 박치호 감독은 몇 해전 은행을 방문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사 때문에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유선상으로 상담을 했을 때까지만 해도 별 문제 없을 듯 했다. 막상 은행 창구를 방문해 서류 심사를 받자 ‘300만원이 최대 한도’라는 답변을 들었다.

박 감독은 “담당 은행원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더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대출 한도가 낮은 사유는 4대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직업분류상 프리랜서였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도 은행 대출보다 많이 받을 수 있다”며 촌철살인했다. 국가대표 감독이 직업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자조섞인 농담으로 풀어낸 셈이다.

진천선수촌
진천선수촌 전경.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대한체육회는 오는 9월부터 국가대표 전임감독에 선임되는 지도자들에게 4대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1년 단위로 갱신해야했던 계약기간도 최소 2년에서 최대 4년까지 종목 특성에 따라 다년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월평균 15일 이상 합숙훈련 등으로 뚜렷한 활동 내용을 증명해야했던 관행도 자율화로 탈바꿈한다. 육상이나 수영 등 올림픽 메달과 거리가 있는 기초종목은 국제대회 성과가 아닌 선수 개인의 기량 향상을 이끌어 내면 지도자도 활동한 것으로 평가하는 식으로 평가제도도 변경한다.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정성숙 부촌장은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면, 성과주의 탓에 감독들이 제 색깔을 내기 어렵다. 종목 특성에 따라 선수 파악도 못한 상태로 성적 압박에 시달려야 한다. 이런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선수단을 파악하고, 선수 개개인이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역할에 집중해달라는 의미로 국가대표 전임감독 보슈 규정 등을 손질했다”고 밝혔다. 그는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은 누구랄 것 없이 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 기량이라는 것이 올림픽 출전 자체가 목표인 선수와 세계수준인 선수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차이를 인정해 지도자의 업무 수행능력을 평가해야 감독들도 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체육회측은 “국가대표 전임감독은 9월부터 고용근로계약 형태로 전환한다. 직업 안정성을 강화해 감독들이 다른 요인에 유혹되는 일을 방지하자는 취지도 담긴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계올림픽 종목 지도자들은 8월이 계약 만료라 재계약 시점인 9월부터 바뀐 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김경문
야구대표팀의 김경문 감독.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프로 선수들이 참가하는 농구, 배구 등 구기종목 전임감독도 혜택을 받는다. 배구와 농구는 진천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하는 이른바 강화훈련 종목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야구와 축구는 전임감독제를 도입했지만 근로계약 대상자에는 빠져있다. 오는 9월 재계약을 앞둔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기존처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연봉계약 형태로 남게 된다는 의미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측은 “종목 특성에 따라 내린 결정이다. 체육회의 국가대표 강화종목에 포함되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프로(야구)와 실업(소프트볼) 선수로 팀을 꾸리는 야구와 소프트볼 전임감독은 기존 방식대로 계약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농구와 배구 대표팀은 체육회 산하 단체인 농구, 배구협회가 관장하지만, 야구 올림픽대표팀은 KBSA가 아닌 KBO가 주관한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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