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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경무전문기자] 지난 2016년 12월. 체코에 있는 그의 집에 빈집털이 강도가 들이닥쳤다. 당시 26세로 WTA(여자프로테니스) 투어에서 잘나가던 그는 왼쪽 네 손가락에 심한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외과의사는 테니스 복귀 가능성이 낮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2011년과 2014년 윔블던 여자단식에서 두차례 우승한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각고의 노력 끝에 이를 딛고 일어나 이듬해 5월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의 클레이코트에서 그는 다시 라켓을 휘두르고 있었다. 공포와 부상의 아픔을 딛고 1라운드에 나선 그는 “용기, 믿음…”이라고 적혀 있는 티셔츠를 입은 그의 가족들의 응원을 받고 승리하며 복귀 무대를 성공적으로 장식했다. 그러나 2회전 고비를 넘지는 못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뒤 다시 롤랑가로스 무대. 5일(현지시간) 여자단식 16강전(4라운드)에서 세계 39위인 중국의 장솨이(31)를 세트스코어 2-0(6-2 6-4)으로 잡고 무려 8년 만에 다시 8강 진출에 성공한 그는 3년 전 복귀 무대를 떠올리며 흘러내리는 감격의 눈물을 훔쳤다. 2012년 4강 진출이 최고성적인 이 무대에서 다시 4강을 눈앞에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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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현재 세계랭킹 11위로 왼손잡이 장신(1m82)인 페트라 크비토바(30·체코)다. 경기 뒤 그는 “경기 마지막 2개의 포인트를 얻는 동안 약간 감정이 격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이곳에서 컴백했을 때, 필리프 샤트리에(센터코트)를 밟았을 때의 내 기억, 행복한 기억은, 내가 이번에 그랜드슬램대회 8강전에 오르는 것을 실제로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힘들고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데 도움을 줬던 내 가족과 사람들이 다시 내 옆에 있었을 때 모든 것이 생각났다”고도 했다. 크비토바는 또 경기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롤랑가로스의 8강에 돌아오기까지 코트 복귀 후 3년이 걸렸다. 아주 많은 감흥이 뇌리를 관통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크비토바의 8강전 상대는 세계 66위인 라우라 지게문트(32·독일)다. 롤랑가로스에 3번 출전해 지난해 2라운드(64강)까지에 진출한 것이 그의 최고성적. 랭킹이나 과거 성적으로 보면 크비토바의 상대가 되지는 못한다. 크비토바는 갖은 역경을 딛고 2차례 윔블던 우승 이후 6년 만에 3번째 그랜드슬램대회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WTA 투어에서 27차례 단식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2011년 10월말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던 크비토바다. 지난해에는 호주오픈 결승까지 올랐으나 아쉽게 오사카 나오미(22·일본)한테 져 우승을 놓쳤다. kkm100@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