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언니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노는 언니’들이 남녀노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매주 화요일 안방극장을 찾고 있는 E채널 ‘노는 언니’는 꿈 하나를 위해 달려온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그간 놓치고 살았던 것들에 도전하며 ‘놀아보는’ 세컨드 라이프 프로그램이다. ‘골프여제’ 박세리를 비롯해 남현희, 곽민정, 정유인, 한유미 등이 출연해 각각의 종목이 섞인 체육대회도 열고 캠핑도 떠나고 집들이도 한다.

유려한 예능인도 아니고 전문 방송인도 아니지만 언니들의 노는 시간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소소한 웃음꽃이 피어나고 공감도 된다. 그들이 달려온 ‘피 땀 눈물’의 시간도 들을 수 있어 웃음과 감동을 오고 간다. 연출을 맡고 있는 방현영CP와 박지은PD는 “반응이 점점 체감된다. 주변에서 ‘잘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감사하다. 특히 전 연령층에게 연락을 받아 신기했다. 처음부터 타겟 시청층이 정해져 있진 않았는데 여성 분들도 공감을 많이 해주시고 중년 남성층에서도 시청이 꽤 많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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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언니

어떤 종목의 ‘선수’가 아닌 ‘노는 언니’ 속 언니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통해 인간미도 느낄 수 있다. 왜 ‘스포츠 여성 스타’ 예능이었을까. 방현영CP는 “새로운 직군이 어디 있을까에서 시작됐다. 꼭 여성이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었다. 장윤희 작가님의 역할이 크시다. 올해 올림픽도 미뤄지고 현역 선수들은 어떻게 지내나, 은퇴한 선수들의 근황은 어떨까에서 출발했다. 이분들의 인터뷰를 해보니 제대로 논 적이 없더라. 수학여행이나 분식집의 추억도 없다. 종목은 달라도 삶의 공통점이 있어서 잘 융합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든든한 맏언니 박세리부터 막내라인 곽민정, 정유인까지. 다양한 종목의 각기 다른 개성의 출연진이 뭉쳐 매력이 극대화됐다. 농구 김은혜, 씨름 양윤서 등 새로운 얼굴들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팀워크의 중심에는 박세리가 있다. 방CP는 “기둥 같은 존재다. 빼 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프로그램 취지에도 공감해주셨다. 우리가 예능인으로 섭외한게 아니다. 솔직하게 임하시는데 그게 정말 좋은거 같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진짜 내추럴하게 나오신다. 제작진이 걱정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박PD도 긍정하며 “오히려 역으로 생각하니 여성 출연진에 대한 막연한 미의 기준이 있던 시절도 있다. 그런 것과 달리 새로운 기준을 정의내려주시는게 아닐까 싶고, 자연스러움 자체가 더 아름다운거 같다. 좋은 영향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노는 언니’는 출연진의 특성 뿐 아니라 여러가지로 기존 예능들과는 다른 공식을 택했다. 전문 예능인들이 출연하지 않음에도 MC가 없다. 방CP는 “처음에는 내부적으로도 우려가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 같다. 언니들에게 무게중심이 쏠리길 바랐고, 언니들도 오히려 본인들끼리 있어서 더 금방 친해지고 자연스러운 케미가 묻어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한가지, ‘스포츠 정신’도 빼 놓을 수 없다. 박PD는 “체력이 정말 좋으시다. 노는 콘셉트긴 하지만 다들 열정적이고 승부욕도 엄청나다. 또 워낙 체계적인 삶의 루틴을 살아오다보니 지각 한명 없다. 서로 힘을 보태고 격려도 많이 한다. 오히려 제작진도 출연진에게 배울 정도로 좋은 현장”이라고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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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언니’의 진정성은 시청자들에게도 그대로 스며들었다. ‘노는 언니’는 넷플릭스 한국 TOP10 콘텐츠에 꾸준히 랭크되며 화제성까지 잡았다. 박PD는 “확실히 넷플릭스 영향력도 느껴진다. 정주행 한다는 분들도 많더라”고 말했다. 방CP도 “더 많은 분들이 봐주고 계신만큼 우리 역시 ‘노는 언니’에 멋있는 여성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기존 멤버들 뿐 아니라 새로운 얼굴들도 보여드리기 위해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김연아, 김연경, 장미란 선수 등 다양한 레전드 여성 스포츠스타들도 초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노는 언니’의 스포츠정신은 제작진에게도 그대로 흡수됐다. 방CP는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선한 영향력이 있는 프로그램이 되고 싶다. 정말 치열하게 살아오신 분들이다. 농구를 오래 한 김은혜 선수는 무릎도 못 굽힐 정도의 상태다. 그만큼 열심히 살아온 이들에게 작게나마 힐링이 됐으면 좋겠다. 이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프로그램이 되겠다”고 말했다. 박PD도 “언니들이 연예인이 아닌데 갑자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호평도 많지만 쓴 소리도 있기 마련인데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주시면 언니들도 더욱 신나게 즐거운 콘텐츠를 만들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