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NC 이동욱 감독, 계속 밀어부쳐~!
선수 생활 경력은 역대 감독 가운데 미미하지만 NC를 구단 사상 처음 정규시즌 우승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이동욱 감독.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LA=스포츠서울 문상열전문기자] LA 타임스는 지난 2001년-2005년 다저스 감독을 지냈던 짐 트레이시에게 늘 ‘로우 키 퍼스널(Low key personal)’이라고 했다. 로우 키 퍼스널은 사전적 의미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스타일이다. 때로 너무 세세한 것까지 신경쓴다며 ‘마이크로 매니저(micro manager)’라고 불렀다. 마이크로 매니저는 좁쌀 영감이다.

트레이시 감독은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1루수 최희섭을 플래툰 시스템으로 활용해서다. 로우 키 퍼스널답게 기자들과도 사이가 원만했다. 기자들을 매우 편안하게 해줬다. 다저스에서 5년간 감독을 역임하며 한 차례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이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콜로라도 로키스 감독도 지냈다. 어느 직책에 올랐을 때 경력이 화려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로우 키 퍼스널’이라고 한다.

KBO 리그도 최근 감독을 선택하면서 종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야구 명문교 출신이나 프로 경력이 화려한 지도자를 감독 우선 순위로 두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키움 히어로스가 처음 이 선택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매니저(메이저리그는 트레블 디렉터) 출신 장정석을 감독으로 발탁했었다. 이후 NC 다이노스가 수비코치 이동욱을 감독으로 승격시켰고, 삼성 라이언즈는 투수 출신 전력분석팀장 허삼영을 감독으로 선택했다. 이럴 때 따라 다니는 게 파격이다. 화려한 경력 소유자가 감독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고 봐서 파격일 것이다.

매우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구단 운영 형태다. 하지만 경력이 미미한 코치와 전력분석팀장의 감독 선택은 구단 프런트가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 감독보다는 구단 프런트의 재량권이 훨씬 더 크다. 구단이 감독을 제쳐두고 좌지우지할 소지가 크다. 키움에서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메이저리그는 일찍부터 이런 시스템이다. LA 에인절스 조 매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테리 프랑코나, 휴스턴 애스트로스 더스티 베이커 같은 명망있는 감독은 이제 잘 선택되지 않는다. 이들은 단장과 거의 동급인 터라 프런트의 일방적 지시가 먹히지 않는다. 예전 LA 에인절스 마이크 소시아 감독과 제리 디포토 단장(현 시애틀 매리너스)의 불화는 유명하다. 소시아 감독이 단장의 역할까지 침범해 LA 타임스로부터 두들겨 맞았다. 휴스턴이 최고령(71)의 베이커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사인 훔치기 난국을 경력 짧은 감독으로는 헤쳐나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의 경력 자체가 야구다.

KBO 리그 10개 구단 감독 가운데 기아의 미국인 맷 윌리엄스를 제외하고 프로 경력이 가장 짧은 감독은 삼성 허삼영(48)이다. 부상으로 단 4경기 등판 평균자책점 15.43이 전부다. 야수로는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46)이다. 롯데에 지명됐던 내야수 이동욱은 143경기 출전 타율 0.221 홈런 5 타점 26 득점 17 도루 1개를 남겼다.

허삼영 감독의 삼성은 취임 전 우려대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를 경험한 이동욱 감독의 NC는 개막전 이후 선두를 달리며 정규시즌 1위를 사실상 확정했다. 이동욱 감독과 전임 김경문 감독은 스타일이 완전 다르다. 김 감독은 선수단을 손바닥에 놓고 흔든 엄청난 장악력을 과시했다. 수석코치도 시혜베풀 듯 1년마다 교체했다. 프런트도 카리스마를 앞세운 감독에게 깍뜻할 수 밖에 없었다. 이동욱 감독은 전형적인 로우 키 퍼스널이다. 성격도 조용하다.

역대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들은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들이 대세였다. 로우 키의 이동욱 감독이 이 틀을 깨고 사상 처음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에 올라설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게 향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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