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알 가라파 구자철(오른쪽)이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0~2021시즌 스타스리그 7라운드 알 코르전에서 상대와 볼 경합하고 있다. 출처 | 알 가라파 인스타그램 캡처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전 국가대표 미드필더 구자철(31·알 가라파)이 중동 무대에서 다시 존재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구자철은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0~2021시즌 스타스리그 7라운드 알 코르와 홈경기에서 팀이 0-1로 뒤진 전반 16분 동점골을 기록, 팀의 6-3 역전승에 이바지했다. 소피안 안니의 오른쪽 낮은 크로스 때 문전으로 달려든 그는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올 시즌 리그 2호 골이자 시즌 4호 골(컵대회 2골)이다. 구자철은 지난달 6일 알 라얀과 컵대회 경기에서 시즌 마수걸이 포를 터뜨린 이후 최근 한 달 사이 총 4골을 집어넣었다.

지난해까지 독일 분데스리가 1부 리그에서 9년간 활약하며 200경기 넘게 출전한 구자철은 빅리그에서 오랜 기간 생존 경쟁을 벌이면서 오른 발목과 무릎 등 고질적인 부상을 떠안았다. 자연스럽게 전성기 시절만큼의 기량을 펼치는 데 무리가 따랐고 대표팀에서도 존재가 희미해졌다. 결국 지난해 초 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놨다. 또 그해 여름 소속팀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와 계약 만료로 축구 인생 후반부를 두고 폭넓게 고민했다. 아우크스부르크의 잔류 요청이 있었지만 스스로 빅리그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면서 다양하게 미래를 그렸다. 때마침 알 가라파에서 러브콜이 왔다. 구자철은 국내로 유턴하는 것보다 중동 무대로 넘어가 한 번 더 해외 리그에서 경험을 쌓고 도전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적 첫해인 2019~2020시즌 리그 18경기(1골)를 뛰며 연착륙한 그는 두 번째 시즌에 빅리그 출신다운 노련미와 개인 전술로 팀에 녹아들고 있다. ‘절친’ 기성용(FC서울), 이청용(울산 현대)은 비슷한 시기에 유럽 무대에 미련을 버리고 차기 행선지를 고민하다가 올해 K리그에 복귀한 적이 있다. 이와 다르게 구자철은 해외 리그서 최후의 불꽃 투혼을 펼치는 셈이다.

물론 구자철도 향후 K리그 복귀를 염두에 두곤 있다. 그와 알 가라파의 계약은 내년 여름까지다. 중동에 남을 여력이 있지만 구자철은 절친의 행보처럼 더 늦지 않은 나이에 K리그에 복귀해 국내 팬을 만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실제 올 중순 휴식기 때도 구자철은 친정팀 제주 유나이티드 등 K리그 관계자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 어느덧 ‘잊힌 존재’였다가 카타르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자랑하는 그의 행보가 더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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