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욱
강신욱 교수. 윤수경기자|yoonssu@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환범기자] ‘체육계 개혁은 체육인의 손으로.’

내년 1월 18일 치러지는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강신욱 단국대 스포츠과학대학 국제스포츠학부 교수는 체육회 개혁을 화두로 내걸었다. 강신욱 교수는 “오랜 시간 체육회를 지배하고 있는 사조직화된 분위기가 국민들을 걱정하게 하고 있다”며 “핵심은 시스템의 문제도 있지만 시스템을 흐트러뜨린 사람들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분명한 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부로부터의 개혁은 반대했다. 체육계 개혁은 체육인 스스로, 내부동력을 끌어내 완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개혁은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급진은 반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외부가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개혁을 해야 한다”고 체육계 개혁을 강조했다. 또 “정치인들이 체육계에 뛰어드는 것은 곤란하다. 정치가 도와주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주도는 안된다. 민선체육회가 시작됐는데 대한체육회도 진정한 민선이 돼야 한다.”며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도 경계했다.

스포츠서울은 지난 11일 강신욱 교수를 만나 출마이유와 체육계 문제점 진단, 개혁방안 등을 들었다. 다음은 강신욱 교수와의 일문일답.

- 현재 대한체육회 구체적인 운영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똑같은 실수가 반복된다는 것은 시스템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수정하고자 하는 주체의 의지나 진정성이 의심된다. 체육회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3무(무능력, 무소신, 무책임)가 팽배해 있다. 과연 누가 이런 상황을 만들어 냈는가 반문해봐야 한다.

- 체육계는 스포츠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의 여러가지 권고사항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당장 스포츠혁신위원회는 학생수업권 문제 등을 해결한다는 목적으로 학생 선수의 주중대회 금지와 주말대회 전면화를 2021년까지 실행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혁신위가 가려는 일정한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 혁신위 노력과 열정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없다. 방향은 공감한다. 다만 디테일에 있어서 주중 대회 금지 등을 좀더 융통성 있게 했으면 좋겠다. 체육계 현장과 좀 더 대화하고 고민하고 결정했어야 한다. 내용을 보면 바로 하라는게 아니라 종목이나 여건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상황에 따라 조절하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강제 집행으로 인식하고 있다. 현장 목소리 듣기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칼질하는듯한 혁신은 원하는 만큼 결과를 얻지 못한다. 하지만 엘리트 스포츠 퇴보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도 너무 나간 것이다.

- 혁신위 권고안에 대해 원론적으로 찬성하지만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혁신위 문제를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혁신요구가 계속 돼 왔다는 점이다. 이는 체육계,대한체육회가 스스로 혁신하려는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외부의 요구나, 외부로부터의 혁신은 목표나 어젠다가 옳다고 해도 구성원의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많다. 갈등을 일으키고 원하는 만큼 안된다.

강신욱
강신욱 교수. 윤수경기자|yoonssu@sportsseoul.com

- 올해 가장 첨예한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사안이 대한체육회와 KOC의 분리문제다. 정부 주도의 분리와 체육인들의 통합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분리와 통합 논쟁은 오랜 체육계 화두다. 정답이 어디있나. 세계 각국 태도가 다 다르다. 외국 사례를 따를 건 아니다. 분리 문제는 많은 어젠다를 빨아들일 수 있는 블랙홀이다. 약간 과장된 측면도 있다. 분리되면 엘리트스포츠가 위축되고, 통합돼 있으면 갈등 없다는 논리는 교묘하게 본질을 왜곡시키는 논리다.

국민생활체육회가 대한체육회로 흡수통합되는 과정에서 체육회가 제대로 일을 못했다. 그 일을 잘 했으면 그 단체가 생겨나지 않았다. 체육회가 KOC 역할에 집중해 있으니까, 국민 전반적인 체육활동에 관심 덜했다. 엘리트체육과 국민생활체육과 관련해 좀 더 균형있게 갔으면 이런 문제 안 생긴다.

- 대한체육회와 KOC 분리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 생각은 분리 쪽에 가깝다. 이미 제 논문 등에서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개인 생각이다. 그것을 공론화하고 결론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저도 밖에 사람이었고 내부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된다. 교수 강신욱은 분리를 원하지만, 당선이 된다면 체육회장 강신욱은 논의를 공론의 장으로 이끌고 기다려줘야 한다.

- 체육회는 바람잘 날 없었을 만큼 사건 사고들이 많았다. 각종 폭력행위가 여전히 만연해있다. 정부는 8월 스포츠 인권센터를 설립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폭력 근절과 선수 인권보호를 위한 방안은 어떤 게 최상이라고 생각하는가.

군대에서도 폭력이 없어졌다. 가정에서도 훈육을 목적으로 한다고 해도 체벌 등 일반화돼 있던 것들이 문을 닫았다. 그런데 여전히 체육계에는 남아있다. 체육계의 폐쇄된 구조. 수직적 인관 관계 등 여러가지 요인을 얘기하는데 다 맞는 얘기다. 그런데 해결법은 엉뚱한 데서 찾고 있다.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 보고 있다는 느낌을 만들자. 선수 자신들이 지도자, 학부형들이 우리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려는 것은 이미 안된다. 예방을 해야한다. 상시 모니터링의 핵심은 1년 2회 정도는 대한체육회 등록 모든 선수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성)폭력 경험문제에 대한 응답을 받고, 반드시 지난 6개월간 실태를 알려주고 반드시 조사, 기관장한테 통보하고 문제가 생기면 후속 조치를 하게 해야한다.

- 체육계 가장 큰 현안 중 하나가 체육인 일자리 창출 문제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려운 문제다.일자리 자체가 선수 지도들을 다 받아들일 만큼 많지 않다. 없는 자리 하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배드민턴쪽은 선수, 학교 생활 엘리트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동호인이 많으니 강사 언제든 필요하다. 엘리트쪽이 아니라 생활체육쪽에서 더 필요로 한다. 선수 하던 사람들이 우수하니, 더 많은 수입도 생긴다. 축구도 그런 점에서 다른 종목보다 인프라가 잘돼 있다. 스포츠판(스포츠 생태계)이 새 일자리 창출 판이 열려야 한다. 그 판이 열리려면 일반 국민들이 즐길 판이 먼저 열려야 한다.

- 엘리트 스포츠가 최근 침체에 빠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일부에선 강신욱 교수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되면 엘리트 스포츠가 후퇴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과 토론할 준비가 되어 있다. 엘리트 스포츠는 선수와 지도자, 그들을 위해서 누가 더 고민하고 공헌을 했는지 그걸 보여주고 싶다. 혁신위 안에 대한 포괄적인 찬성에 대해 반엘리트라 한다면 무지막지한 편가르기에 마타도어다. 엘리트 스포츠 위축에 대해 말한 적 없다. 엘리트 스포츠 선수 옆에서 떠난 적이 없다. 대학스포츠 협의회 집행위원장 7년을 하면서 예산 10억을 130억으로 늘려놓고 왔다. 그 중 3분의 2는 대학운동부 지원사업에 쓰였다. 해방이후 처음 생긴 지원 사업이다. 치열하게 논쟁하며 그들(정부)를 설득했다. 대학스포츠는 체육계 허리를 떠받들고 있다. 그런데 대학스포츠가 점점 없어지고 있을 때 (엘리트 스포츠 위축을 주장한) 그들은 뭐했는지 묻고 싶다.

- 체육회장 출마 선언을 하면서 체육인이 체육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의미인가.

체육인은 운동을 직접 하거나, 선수를 지도하거나, 연구한 사람들을 체육인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경기인, 정치인일수도 있다. 이들이 새로운 100년의 주역이 돼 체육계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내리면 현장중심적인 처방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내부 문제는 내부에서 풀어야 한다. 체육인은 조금은 영리하지 못해도, 영특하지 못해도 정정당당하고 명예를 중시한다. 운동은 유한경쟁이다. 룰이 있고 따라야 경기도 되고, 즐길 수 있다. 거기에 내재화된 사람들인 체육인은 한계를 안 넘어간다.

- 필드하키 선수이자 코치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얘기해달라.

서울 대학에서 하키한 게 운동이냐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서 운동을 했다. 학교 수업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국가대표급 엘리트들은 ‘운동했다 말하지 말라’지만 그분들 만큼 자부심이 있다. 전농중 체육교사 겸 감독으로 처음 지도자 생활을 했다. 당시는 운동이 학업지속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무섭게 운동시켰는데 그게 그들을 위한 길이라 생각했다. 6개월 운동후 춘계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후엔 국대 출신 코치를 쓰기도 했지만 그냥 맡겨놓지 않았다. 훈련계획을 같이 짜고 생활도 같이 했다. 용산고등학교에서도 똑같았다.

- 지방체육회 재정문제...대한체육회와 지방체육회 관계 설정은?

대한체육회가 돈 많이 벌어서 지원하면 좋지만 불가능하다. 시군구 예산이 2조인데 체육회 예산이 4000억원이다. 지방체육회와 대한체육회는 사실 다른 단체다. 상하관계 아니다. 체육예산이 1조7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으로 0.33%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 1%는 되어야 한다. 체육이 그 정도 역할은 하는 것 아닌가. 토토수익금을 더 늘려 지방체육회를 지원하게 해야한다. 하지만 토토수익늘리는 것도 쉽지않다. 예산이 다른 데로 가는 곳은 없는가 찾아올 수 있는 금액은 찾아야 한다.

-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실수와 잘못이 반복되고 있다. 체육인으로서 문제 해결해야 한다. 체육이 정치와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지만 서로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2032년 서울 평양 올림픽 관련 정부 국민 관심 높다. 개최 관련 찬반 여지 있지만 염원이 좀 더 크다고 본다. 지금 꽉 막혀 있는 것이 잘 개선될 것으로 본다.

white@sportsseoul.com



영상ㅣ박경호기자·윤수경기자 park5544@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