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LG 이천웅, 홈을 살피며
LG 트윈스 이천웅이 지난달 23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주루 훈련을 하고 있다. 이천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사령탑의 첫 인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2019년 마치 기계처럼 안타를 생산했던 모습을 다시 펼쳐보일 태세다. LG 외야수 이천웅(34)이 지난해 아쉬움을 뒤로 하고 평가전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불과 2년 전만해도 교타자의 표본 그 자체였다. 흠잡을 데 없는 타격 메커닉으로 꾸준히 안타를 터뜨렸고 2019년 최다안타 부문 공동 3위(168개)에 올랐다. 절정의 레벨스윙을 앞세워 몸쪽과 바깥쪽을 가리지 않고 안타로 연결시켰다. 주력도 뛰어나 개인통산 최다 21도루도 기록했다. 2019년 겨울 야수진 고과 1위에 오르며 부동의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2020년 긴 슬럼프와 마주하며 하향곡선을 그렸다. 정타가 상대수비 정면으로 향했고 선구안이 무너졌으며 메커닉까지 흔들리는 악순환에 빠졌다. 엎친데 덮친겪으로 7월 중순부터 부상으로 6주 이상을 결장했다. 그 사이 홍창기가 정교한 선구안과 높은 출루율을 앞세워 1번 타자로 올라섰다. 김현수~홍창기~채은성~이형종으로 외야진이 재편되면서 이천웅은 대타로 그라운드에 서는 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이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LG 류지현 감독은 지난달 이천 캠프 기간 이천웅의 자세에 함박미소를 지었다. 류 감독은 “천웅이가 캠프 둘째날부터 가장 먼저 나와서 혼자 훈련하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한다”며 “사실 지난해 캠프 초반에는 천웅이를 보고 조금 걱정도 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몸을 덜 만들어 온 느낌이었다. (이)형종이 같은 선수는 늘 파이팅이 넘치는데 천웅이에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올해는 천웅이도 지난해 안 됐던 부분들을 알고 잘 채워나가고 있다. 즉흥적으로 하는 게 아닌 계획적으로 하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후 이천웅은 류 감독의 눈이 정확했음을 평가전에서 펼쳐보였다. 지난 10일 울산 KT전에서 3타수 2안타, 9일 울산 KT전에서도 2루타 포함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9일 경기에서는 장타로 팀이 한 이닝 4점을 뽑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10일 경기에서는 안타 2개로 3타점을 뽑았다. 넓은 면을 자랑하는 스윙 궤적에 투수들의 공이 걸려들면서 타구가 외야로 향했다.

[포토] LG 이천웅, 스톱!
LG 트윈스 이천웅이 23일 경기도 이천의 LG챔피언스파크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주루 훈련을 하고있다. 2021.02.23.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LG에 있어 이천웅의 부활은 스피드 향상을 의미한다. 주전 선수 중 오지환, 정주현 외에는 누상에서 상대 배터리를 긴장케 하는 선수가 없는 만큼 20도루를 기록했던 이천웅의 가치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중견수 수비에서도 이천웅은 외야수 5명 중 가장 안정적이다. 양질의 외야진을 형성하는 핵심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류 감독은 이천웅이 2년 전 기량을 회복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그러면 정말 행복한 고민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5명 모두가 베스트 컨디션일 수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누군가는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거나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할 확률이 높다. 공격력만으로는 리그 최강인 LG 외야진이 자연스럽게 144경기 마라톤 지름길을 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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