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시즌 첫 승 거둔 세인트루이스 김광현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지난달 24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시내티 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 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미국 전역에 중계되는 전국중계 경기는 포스트시즌과 흡사하다. 각 팀 핵심선수의 일거수 일투족이 주목받는다. 방송국은 마치 선수를 해부하듯 분석하며 다양한 자료를 펼쳐보인다. 선수 입장에서 전국중계 경기는 자신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다.

토론토 에이스 류현진(34)이 그랬다. 2013년 LA 다저스 시절부터 류현진은 유독 전국중계와 인연을 잘 맺었다. 빅마켓 다저스의 선발투수로서 전국중계 기회도 많이 받았고 기회에 호투로 응답했다.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던 2019년에는 류현진도, 류현진을 바라본 ESPN도 정점을 찍었다. 미국 최대 스포츠 매체 ESPN은 2019년 5월 26일(한국시간) 피츠버그에서 열린 다저스와 피츠버그의 경기를 전국중계했다.

그리고 류현진은 선발투수로서 6이닝 2실점, 그리고 타자로서 2루타를 터뜨리며 투타에서 다저스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 호투로 당시 시즌 평균자책점 1.65가 됐는데 ESPN은 경기 내내 류현진의 성장과정을 조명했다. 류현진이 유년시절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물론, 좌투우타가 된 배경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류현진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자료가 나왔고 류현진은 빅리그를 대표하는 엘리트 선발투수 중 한 명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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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선발투수 류현진. 텍사스 | AFP연합뉴스

이제 또다른 코리안 빅리거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과 김하성(26·샌디에이고)의 차례다. ESPN는 17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와 세인트루이스 경기를 선데이나이트 베이스볼 전국중계로 편성했다. 이날 세인트루이스는 선발투수로 김광현을 예고했고 샌디에이고는 선발 유격수로 김하성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Cardinals Padres Baseball
유격수 김하성이 전날 6회 초 2루를 밟고 1루 주자 해리슨 베더를 피해 점핑 스로잉으로 더블플레이를 연결시키고 있다. 샌디에이고|AP연합뉴스

최근 기세는 둘 다 좋다. 먼저 김하성은 주전 유격수 페르난도 타타스 주니어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이탈하자 꾸준히 유격수로 출장하고 있다. 가장 익숙한 유격수 포지션으로 돌아왔고 수비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특히 세인트루이스 3연전 첫 경기였던 지난 15일 두 차례 더블플레이를 만들어 이닝을 종료시켰고 경기 후반 천금의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그리고 16일 세인트루이스 3연전 2차전에서는 세인트루이스 간판 투수 애덤 웨인라이트를 상대로 시즌 2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메이저리그(ML) 투수 중 가장 많이 상대한 김광현에 맞서 이틀 연속 장타를 노리는 김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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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레스 김하성이 2회 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선발 애덤 웨인라이트로부터 시즌 2호 홈런을 터뜨린 뒤 홈팬들의 환호에 응답하고 있다. 샌디에이고|AP연합뉴스

김하성은 16일 경기를 마친 후 17일 김광현과 투타 대결을 두고 “한국에 있을 때 많이 상대해봤다. 안타도 많이 쳤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 던졌던 것과 ML에서 피칭이 좀 다른 것 같다. 공부를 해야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김하성은 KBO리그에서 김광현을 상대로 타율 0,333(30타수 10안타) 4타점을 기록했다. 장타는 2루타 하나 뿐이지만 정확도 높은 타격을 했다.

그런데 김광현 또한 상승곡선을 이어갈 태세다. 시범경기 기간 등 통증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으나 지난 12일 밀워키전에서 올해 가장 빼어난 피칭을 했다. 지난해처럼 칼제구와 다채로운 볼배합으로 5.1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다소 아쉬운 구속도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김광현에게 샌디에이고와 경기는 복수전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 선발투수로 낙점된 김광현은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3.2이닝 3실점으로 아쉬움을 삼킨 채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마쳤다. 샌디에이고에 지난 2경기를 모두 패한 세인트루이스 입장에서도 김광현의 호투가 절실하다.

그야말로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이다. 미국 현지 기준으로 유일하게 저녁 시간대에 열리는 경기인 만큼 맹활약하면 미국 전역에 자신을 알린다. 2019년 류현진과 강정호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코리안빅리거 투타 대결에 미국 야구팬들도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