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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스포츠서울 문상열전문기자] 지난 2일은 메이저리그가 제정한 루 게릭의 날이었다. 1941년 사망 후 80년 만에 메이저리그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가 제정했다. 6월2일로 특정한 것은 게릭이 1925년 주전 1루수로 출장해 2130연속경기출장을 시작한 날이었고, 1941년 37세의 젊은 나이에 영면한 날이기도 했다.

게릭의 상징어는 두 가지다. 연속경기출장의 철인과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루 게릭 병(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이다. 올해 게릭의 날이 제정되면서 MLB는 루 게릭병을 위한(4ALS) 기금 모금에 힘을 쏟았다. 2130 연속경기출장 기록은 전 볼티모어 오리올스 칼 립켄 주니어(2632경기)에 의해 1995년에 깨졌다. 게릭의 닉네임은 ‘철마(Iron Horse)’이고, 립켄 주니어는 ‘철인(Iron Man)’이다. 립켄 주니어의 연속경기출장 기록은 앞으로 절대 깨질 수 없는 기록 가운데 하나다.

최근들어 메이저리그의 연속경기출장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최소 500경기를 넘는 선수가 단 1명도 없다. 6일 현재 캔자스시티 로열스 외야수 위트 메리필드가 현역으로 최다 363연속경기출장 기록을 갖고 있다.

김광현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이 13일(한국시간) 플로리다 로저딘 셰보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2020.2.13.취재기자 : 최승섭출 처 : 스포츠서울

앞으로 게릭과 립켄 주니어의 기록이 탄생할 수 없는 이유는 시대의 흐름과도 맞물렸다. 선수들의 몸값은 비싸고 정신적으로는 예전보다 나약해지면서 투혼을 발휘하는 플레이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내야수 김하성이 지난 3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좌익수 토미 팸과 큰 충돌을 당하고 다음날 뉴욕 메츠전에 스타팅 2루수로 출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다. 샌디에이고 제이시 팅글러 감독은 오더 2장을 쓰고 김하성과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출장 여부를 확인했다.

사실 야구뿐 아니라 NBA 프로농구도 마찬가지다. LA 레이커스 파워포워드 앤서니 데이비스의 사타구니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출장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자 언론은 전 뉴욕 닉스 센터 윌리스 리드를 소환하며 비교했다. 1970년 리드는 허벅지 부상에도 레이커스와의 NBA 챔피언십 7차전에 출장해 팀을 우승으로 이끈 투혼의 상징이다. 7차전 출장 시간은 잠시였다. 육체 운동인 풋볼(미식축구)은 여전히 정신력으로 무장된 투혼 플레이가 자주 나온다. 미국인들이 풋볼을 좋아하는 이유도 작은 부상에도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선발 투수 김광현이 6일 10일자 부상자명단(Injured List)에 올랐다. 2021시즌 두 번째 IL 등재다. 스프링트레이닝 때 나타난 허리 부상의 재발이다. 마이크 실트 감독은 “지난번과 같은 부위이지만 정도는 그 때보다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상태를 전해 그나마 다행이다.

MLB 해외파 5명 가운데 올해 IL에 등재됐던 선수는 3명이다. 무릎 수술을 한 탬파베이 최지만,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엉덩이), 세인트루이스 김광현(허리) 등이다.

부상없이 162경기의 장기레이스를 치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IL에 등재되지 않는 것도 팀 공헌이다. 프로 스포츠에서 아무리 타고난 능력과 기량을 갖춰도 부상을 뛰어 넘지 못하면 훌륭한 선수 대열에 포함되기 힘들다. 미국 스포츠에서 ‘명예의 전당 선수(Hall of Famer)’를 최고의 가치로 평가하는 이유도 기량뿐 아니라 부상없이 오랫동안 활동해서다. 요즘은 철인이 그리운 시절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