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자키클럽은 7월에도 경마 열기로 뜨겁다.  제공 | 한국마사회

[스포츠서울 | 박현진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 경마산업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아시아의 경마 선진국인 홍콩과 일본은 유연하게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는 분위기다. 홍콩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여전히 코로나19로 신음하고 있는 한국 경마의 현실을 진단해봤다.

홍콩자키클럽은 사회적거리두기에 따라 경마장과 장외발매소 운영을 중단하거나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 정부의 지원 아래 홍콩자키클럽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발매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었다. 장외발매소 운영이 중단된 기간에 온라인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서 신규 결제시스템 개발을 서두른 것도 효과를 봤다. 덕분에 2019~2020 시즌 경마매출은 1216억 홍콩달러(한화 17조 7827억원)를 기록했고 세금으로 121억 홍콩달러(한화 1조 7695억 원)를 납부하며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홍콩사회에 톡톡히 기여했다.

홍콩자키클럽은 지난해 세금 외에도 45억 홍콩달러(한화 6581억 원)를 기부금으로 납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지역사회의 코로나19 극복에 집중하며 홍콩 내 최대 세금납부기관, 최대 기부금 납부기관으로서 존재 의미를 다졌다. 휴교 기간 동안 취약계층 아동들이 원활히 온라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십만 명에게 무료 모바일 데이터를 제공하고 독거노인과 장애인에게 생필품을 제공했다.

360억원을 기부한 2020년 일본 다카라즈카 기념경주 장면  출처 | JRA 홈페이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히려 경마산업에 약이 됐다. 지난해 일본 중앙경마 시행체 일본중앙경마회(JRA)의 총 매출은 약 8개월의 무관중 경마에도 불구하고 2조 9834억 엔(한화 약 30조 708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5%p 증가했다. 그간 매출의 30%를 차지해왔던 장외발매소 현금 매출액이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무관중 경마 첫 시행일에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87.4%로 12.6%p 하락했으나 점차 JRA 온라인 발매 가입자가 증가하며 매출을 회복했다.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JRA 온라인 발매 회원으로 신규 가입했다.

매출액이 증가한 만큼 국고 납부액도 증가했다. 2020년 총 3298억 엔(한화 약 3조 3924억 원)을 납부해 축산진흥과 사회복지에 기여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과 관련한 추가 기부도 시행했다. 6월 28일 다카라즈카 기념(GⅠ) 경주 매출 중 35억 엔(한화 약 360억원)을 비롯해 총 81억 엔(한화 약 833억원)을 코로나19 관련 의료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 별도로 기부했다. 전년대비 30.1% 매출액이 증가한 지방경마 역시 지자체의 재원에 크게 이바지했다.

일례로 가나가와 현에 위치한 가와사키 경마장은 지난해 911억 엔(한화 약 937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그 중 60억 엔(한화 617억원)이 지방 정부에 분배됐다. 전년의 11배나 되는 액수다. 이에 일각에서는 팬데믹 기간 동안 야구나 축구에 대한 온라인 베팅을 허용해 팬데믹으로 인한 재정손실을 메우자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왔을 정도다.

한국마사회 노동조합 홍기복 위원장이 온라인 마권발매를 부활 위한 1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제공 | 한국마사회

홍콩자키클럽, JRA는 모바일·온라인 발매로 무장하고 팬데믹 시대를 헤쳐 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 경마는 오프라인 발매 외에는 발매수단이 없어 올해 매출은 평년동기대비 4.2%에 불과하다.

한국마사회가 경마 시행의 대가로 국가에 납부하던 1조 5000억 원의 세금과 1000억 원의 축산발전기금, 150억 원의 기부금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22% 집행에 그쳤다. 경마 시행에 삶을 걸고 있는 2만여 명의 말산업 종사자들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근본적인 발매 수단의 전환이 없다면 경마산업, 말산업은 이대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감 속에 지난 7일부터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이 주도하는 1인 피켓팅 시위가 국회 앞에서 시작됐다. 한국마사회 노조는 포스트 코로나19 이후에도 산업과 종사자, 이용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경마산업과 말산업에 대한 디지털 전환 정책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