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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선우기자] 배우 이주영이 출연작마다 남다른 존재감으로 신스틸러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이주영은 최근 개봉한 영화 ‘보이스(김선, 김곡 감독)’에서도 너드미 있는 해커 깡칠이로 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앞서 영화 ‘독전’, ‘액션히어로’, ‘조제’, ‘아무도 없는 곳’ 등에서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한 이주영은 ‘보이스’에서도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 깡칠로 열연을 펼쳤다. 이주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막 시작됐을 때 촬영에 들어갔다. 그땐 몇개월이면 코로나19가 종식될 줄 알았는데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개봉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운을 뗐다.

극중 깡칠이는 땅에 파묻혀 있는 첫 등장신부터 강렬하다. 이주영은 “기대가 컸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옛날 영화가 생각났다. 전도연 선배님 나오셨던 ‘피도 눈물도 없이’가 떠올랐다. 깡칠이가 땅에 묻혀 있을때 가발 벗기는 게 어떨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겨서 말씀드렸고, 감독님께서 흔쾌히 오케이 해주셨다. 재밌게 찍었다”며 “물론 연기 외적으로도 신경 쓸 부분이 많았다. 힘들면서도 흥미롭고 매력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했다”고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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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에게 깡칠이는 어떤 인물일까. 이주영은 “깡칠이라는 이름이 좋았다. 여자에게는 잘 쓰지 않는 이름이라 더 좋았다. 마치 만화 캐릭터 같았다. 기존의 해커 이미지들이 있지만, 난 그거에서 벗어나 어떻게 재밌게 할 수 있을까 싶었고 즐거웠다. 또 보이스피싱이라는 게 우리 가까이 있는 범죄임에도 영화에서는 한번도 다뤄진 적이 없다. 작품 자체에 대한 호기심도 컸다”고 돌아봤다.

변요한, 김무열, 김희원 뿐 아니라 조재윤, 이주영 등 훌륭한 신스틸러 배우들이 합심해 영화가 완성됐다. 이주영 역시 이제는 ‘신스틸러’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그는 “그저 감사하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목표였다. 어떤 배우를 좋아하냐고 물어보시면 ‘내부자들’ 조우진, ‘더킹’ 김소진, ‘미쓰백’ 김선영 선배를 말씀드렸다”며 “그 때부터 신스틸러를 꿈꿨다. 아직 목표에 따라가려면 멀었지만 한발한발 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주영은 자연스러운 생활연기가 돋보이는 배우다. 그는 “내 무기는 대충대충 하는 듯한 말투라고 생각한다. 그런 나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연기하지 않은 듯한 톤이나 이런 것도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또 단점일 수도 있지만 큰 키와 인위적이지 않은 얼굴도 장점이다. 그래서 더 센 역할을 하는거 같다. 물론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내가 풀어야 할 숙제기도 하다”고 냉철하게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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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에도 많은 열정을 쏟았다. 캐릭터의 특성상 유독 쫓기는 장면이 많았는데 뛰고 또 뛰었다. 이주영은 “새 신발이고 딱딱해서 힘들었다. 촬영을 마치고 집에 갔는데 엄지 발톱에 피가 고여있었다.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뿌듯했다. 모델을 했을 때도 워킹할 때 발이 많이 까지고 물집도 생겼다. 오히려 그 상처를 보면서 기분이 좋았다”며 “마치 영광의 상처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마음이 들더라. 며칠 뒤에 피가 찬 발톱이 빠져서 놀랐다. 내겐 뿌듯하고 좋은 기억이었다”고 말했다.

이주영은 모델 출신 배우기도 하다. 이 점이 이주영에게 제약을 주기 보다는 연기생활에 부스터를 달았다. 이주영은 “모델 활동을 먼저 한 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내성적인 생각이다. 낯도 많이 가리고 친구들 사귈 때도 먼저 다가간 적이 없었다”며 “그런데 모델 일을 하면 나를 계속 표현하고 드러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못하는 부분들을 발달시켜준 거 같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배우는 자기 밑바닥까지 다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모델은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두 직업은 같으면서도 다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주영은 “모델을 할 때 일이 잘 안 풀려서 마음 고생을 많이 했었다. 그에 비해 연기는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빠르게 자리 잡은 편이다. 그 당시엔 힘들었는데 그 기억들도 지금은 연기에 도움이 된다. 내가 느낀 감정의 폭이 재료로 쓰인다”며 “앞으로도 변화무쌍하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특히 유독 가족 이야기를 좋아한다. 가족 이야기가 잘 담긴 작품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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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