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홍건희 \'위기 넘겼어\'
두산 투수 홍건희가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시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말 2사만루 상대 김지찬을 좌익수 플라이 아웃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대구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대구=최민우 기자] 홍건희가 ‘팀 베어스’를 구했다. 일찌감치 플레이오프(PO) 진출을 확정하며 여유있게 기다린 사자군단의 덜미를 움켜 쥐었다.

홍건희는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PO 1차전 5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역투했다. 3-2 살얼음판 리드를 이어가던 경기 중반, 선발 최원준이 볼넷과 몸에맞는 볼 등으로 흔들려 흐름을 넘겨줄 위기였다. 더구나 타석에는 4번타자 오재일이 들어섰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이)영하가 오늘은 등판할 수 없어 (장)원준이에게 그 역할을 맡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선발이 흔들리면 주저 없이 교체 카드를 꺼내드는 김 감독 스타일상 좌타자에게 경험 많은 베테랑 왼손 투수를 붙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김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예상외로 홍건희였다. PO 시리즈 전체 향방을 가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영하 대신 건희’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홍건희가 마운드에 오른 이유는 예상외로 단순하다.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빠른 공을 던지기 때문이다. 상대가 오재일이라지만 8일 간 실전을 치르지 않아 빠른 공에 반응이 늦을 수밖에 없다. 오재일의 특성은 김 감독이 삼성 허삼영 감독보다 더 잘 안다. 자신의 눈으로 지켜보지 않은 장원준의 경험에 기대는 것보다 ‘맞으면 지는 것’이라는 각오로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를 조기 투입한 셈이다.

기록상으로도 홍건희가 오재일에 강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는 단 한 차례도 맞붙지 않았지만, 홍건희가 KIA 오재일이 두산 소속이던 시절. 오재일은 홍건희에 12타수 2안타 타율 0.167로 약했다. 벤치의 판단과 데이터의 절묘한 조화가 두산의 리드를 지켜냈다.

실점 위기 넘긴 홍건희
두산 홍건희(오른쪽)가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전에서 6회말 2사 만루 위기를 넘긴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결과는 대성공. 풀카운트 접전 속 홍건희는 149㎞짜리 빠른 공을 뿌렸고, 오재일의 타구는 2루수 정면으로 빠르게 굴렀다. 두산 2루수 강승호가 침착하게 잡아 2루로 토스, 박계범이 베이스를 밟은 뒤 1루로 뿌려 더블플레이를 완성했다.

더블플레이가 완성되자 홍건희는 야수처럼 포효했고, 동료들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순간 역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던 3루쪽 삼성 응원단에는 적막감이, 실점 위기를 넘긴 두산 응원단 쪽에는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때 만큼은 두산 팬들의 박수 소리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가득 메운 삼성 팬들을 압도했다. 이닝이 허무하게 끝이 나자 삼성 사자 풍선도 맥없이 주저 앉았다.

[포토] 5회 만루위기서 등판한 홍건희
두산 투수 홍건희가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시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5회 역투하고 있다. 대구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홍건희가 경기 중반 흐름을 완벽히 걸어 잠그자 두산은 8회초 무사 1,3루 때 박건우의 병살타를 틈타 정수빈이 홈을 밟아 1점을 추가했다. 이후 홍건희가 8회말 1사 2,3루 때 강한울의 땅볼 때 3루주자 호세 피렐라가 홈을 밟아 1점을 내줬지만, 9회초 박세혁이 바뀐 투수 오승환에게 솔로포를 쏘아올려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어 2사 1,2루 때 정수빈이 2루타를 때려 승리를 확정했다.

[SS포토] 바람 빠진 라이온즈? 한국시리즈 4차전의 단상...3-4 석패!
삼성 라이온즈의 원정팬들 사이로 우뚝섰던 사자 모형의 대형 풍선이 30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 시리즈 4차전에서, 3-4로 뒤진 8회 응원이 끝난 뒤 바람이 빠져 쓰러지고 있다. 2015.10.30.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이날 경기는 두산과 삼성이 2015년 한국시리즈 이후 6년 만에 만난 무대라 관심이 뜨거웠다. 두산이 대구 시민구장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경기를 승리를 장식하면서, 이후 6년간 대구에서 가을 야구가 열리지 않았다. 신축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가 개장한 뒤, 삼성은 내리막을 걸었다. 팬들 사이에서는 ‘라이온즈파크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모처럼 삼성의 가을 잔치가 새로운 구장에서 열렸지만, 이번에도 함박 미소를 지은 쪽은 두산이었다. 역대 PS 2선승제 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팀은 모두 시리즈를 가져갔다. 이번 준PO에서도 두산이 1차전을 승리하면서, PO 무대를 밟았다. 두산은 PO 1차전 6-3 승리로 한국시리즈 진출 100%확률까지 확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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