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 기자] 삼성으로서는 ‘이럴 수도 있구나’ 싶은 경기다. 그렇게 뜨겁던 방망이가 한순간 차갑게 식었다. 그리운 누군가가 있다. 또 그리운 곳도 있다.
삼성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 플레이오프 3차전 LG와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2연승 후 한 번 졌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묘하다.
2024시즌 삼성은 ‘대포 군단’이다. 정규시즌 팀 홈런 1위(185개)다. 대신 살짝 맹점은 있다. 의외로 2루타(204개)는 최하위다. 3루타(17개)도 8위다. 넘기지 않으면 단타일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홈구장 맞춤이라 그렇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는 좌우중간이 짧아 홈런이 많이 나온다. 2016년 개장 후 홈런 마진 마이너스가 많았다. 올해 드디어 덕을 봤다. 그것도 톡톡히 봤다.
거꾸로 보면, 라팍을 벗어나면 장타 생산에 애를 먹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그렇다. 1차전에서 홈런 3개, 2차전에서 홈런 5개가 터졌다. 잠실로 와서는 홈런이 없다. 장타도 김영웅이 기록한 3루타 하나가 전부다.
기본적으로 안타 자체를 많이 치지 못했다. 임찬규-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에게 묶이면서 팀 5안타에 머물렀다. 대신 홈런이 나올 뻔했다. 디아즈가 폴대를 살짝 벗어나는 파울홈런을 쳤다. 윤정빈은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히는 타구를 쳤다.
디아즈 타구의 경우, 라팍이었다면 폴대를 스쳤을 수도 있다. 잠실 외야가 100m, 라팍 외야가 99.5m다. 단 50㎝ 차이지만, 그만큼 폴대가 앞에 있다. 또 모를 일이다. 윤정빈의 타구도 라팍이었다면 홈런이다. ‘잠실의 벽’에 막힌 셈이다.
또 있다. 현재 삼성 타선에 구자욱이 없다. 2차전에서 왼쪽 무릎을 다쳤다. 빠른 회복을 위해 일본으로 치료차 떠났다. 18일까지 치료를 받고 돌아온다는 계획이다.
정규시즌 129경기, 타율 0.343, 33홈런 115타점을 쐈다. MVP급 활약이다. 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 스리런 아치를 그렸다. 2차전도 안타를 쳤다. 이런 선수가 없다.
정규시즌 잠실에서 타율 0.157에 그치기는 했다. 홈런도 없다. 그래도 타선에 구자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크다. 선수들 사기 문제도 걸린다. 류지혁은 “(구)자욱이 형이 부상으로 빠졌을 분위기가 어수선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픈 것을 숨기고 경기에 출전해 홈런을 친 선수다. 삼성의 상징과 같다. 없으니 더 아쉽고, 그립다. 결국 있는 선수들이 극복해야 한다. 여전히 1승만 더 올리면 한국시리즈로 간다. 3차전 같은 공격력이라면 쉽지 않다.
홈런이 전부가 아니다. 2루타와 3루타도 장타다. 연속 안타가 터지면 더 좋다. 찬스를 만들고, 이를 살려야 답이 나온다. 3차전에서는 득점권 전체 3타수 무안타에 잔루 7개다.
4차전은 달라야 한다. 라팍이 아니어도, 구자욱이 없어도 점수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자신감도 생긴다. 득점 없이 승리도 없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