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KBO 정지택 총재의 인사
KBO 정지택 총재가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앞서 한국시리즈 개막을 선언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관료주의. ‘관료 정치 아래에 있는 관청이나 사회 집단에서 흔히 나타나는 독특한 행동 양식이나 의식 상태를 비판적으로 이르는 말. 상급자에게는 약하고 하급자에게는 힘을 내세우려 하며, 자기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하면서도 독선적인 행동이나 의식을 보이는 따위의 특성을 이른다.’

국어사전에 있는 내용만으로 지난 7월 한국야구위원회(KBO) 긴급 이사회 발언 내용을 대입하면, KBO도 뿌리 깊은 관료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당시 팀 순위 등과 각 구단 대표이사의 발언을 따져보면, 철저히 구단의 이익에 초점을 맞춰 ‘시즌을 중단하는 게 옳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가령 LG나 삼성 등 치열한 1위 싸움을 전개 중인 팀은 “NC 두산 내 확진자 수, 방역당국의 민감성 등을 고려할 때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시즌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토] 삼성, 아쉬운 역전패
삼성 선수들이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시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후 관중들에 인사를 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대구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당시 NC, 두산은 KT, KIA, SSG와 경기를 치르는 일정이었다. 특히 2경기 차 단독 선두였던 KT는 NC 두산과 6연전이라 경우에 따라 2위그룹과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는 위치였다. 4위 SSG 역시 NC, 키움 등에 2경기 차로 쫓기는 상황이라 경기를 치르는 것이 유리한 입장이었다. 이 기간 NC 두산을 만나지 않는 LG 삼성은 굳이 다른 팀을 밀어줄 이유가 없다. 반대로 SSG는 키움의 추격은 뿌리치고, NC와 격차도 더 벌릴 기회를 얻었다. LG 삼성이 ‘시즌 중단’ SSG가 ‘원칙 고수’로 상반된 주장을 한 배경에 일부분 공감이 갔다.

각 구단 이해관계에 따라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정 총재는 “팀간 유불리는 내가 관여할 게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커미셔너로, 해당 사태가 리그를 중단할 만큼 중대한 사안인지에 대해 사장들의 의견을 달라는 얘기만 반복했다. 중립적으로 비치지만, 이미 ‘시즌 중단은 의장 입장에서 반대’라는 뜻을 분명히 밝힌 뒤였다.

[포토]플레이오프 진출 좌절된 LG
LG 류지현 감독이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두산에 패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때 ‘지난해 한화 2군 코로나 확진 사태’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해 한화 2군에 코로나 확진자가 집단 발견됐을 때에는 퓨처스리그 중단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게 골자다. 형평성에 이의를 제기한 셈이다. 그런데 정 총재는 “지난해 얘기는 내가 모른다”며 실무진에 설명을 요청했다. 올해 취임했으니, 지난해 일은 모른다는 식의 발언은 문제가 있다. 시즌 전체가 코로나와 싸움이고, 팬데믹은 2020년 선언됐다. 적어도 총재라면 지난해 코로나 관련 이슈가 무엇이었는지 기본적인 학습은 돼 있어야 한다.

또 하나. 당일 논의 중 ‘NC 두산을 제외하고 시즌 진행’에 찬성을 던진 구단은 6개였다. 재적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하지 않으면 부결된다는 이사회 규정에 따르면 이 안건 역시 부결이다. 시즌 중단에 반대하는 의견 역시 SSG 롯데 KIA 한화 등 4개 팀이었으니, 이 역시 부결이다. 큰 틀에서 남은 안은 시즌 진행이었지만, 이 안건은 회의 초반에 의장직권으로 삭제했다. 사실상 KBO 이사회에 오른 안건이 모두 부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묘한 말장난 같지만, KBO가 주장하는 절차적 정당성이 과연 담보된 것일까. 공정, 투명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당시 이사회 녹취록 전체 내용이 공개돼야 하는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