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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오리온 미로슬라브 라둘리차가 지난 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 경기에서 자신에게 패스가 오지 않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KBL 제공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휴식기 이후 기대했던 기량은 나온다. 당초 특급 외국인선수로 꼽혔던 모습을 코트 위에서 보여준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경기 중 동료가 패스하지 않았다며 돌발행동을 한다. 감독 입장에서는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도 케미스트리에 문제를 보이면 기용할 수 없다. 고양 오리온 센터 미로슬라브 라둘리차(33) 얘기다.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라둘리차는 지난 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정관장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와 2라운드 맞대결에서 2쿼터까지 최다 득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상대 빅맨 다니엘 오셰푸를 압도했고 나름 수비와 박스아웃도 부지런히 했다. 다재다능한 빅맨으로서 NBA에도 진출했던 기량을 펼쳐보였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라둘리차는 3쿼터 초반 자신에게 패스가 오지 않는다며 두 팔을 들고 가만히 서 있었다. 신인 가드 이정현이 속공 상황에서 라둘리차에게 패스하는 타이밍을 놓치자 백코트도 제대로 하지 않으며 투덜거렸다. 그러자 오리온 강을준 감독은 곧바로 라둘리차를 머피 할로웨이와 교체했다. 라둘리차보다 신장이 작고 슛거리도 짧은 할로웨이지만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비교할 수 없었다. 할로웨이는 코트 위에서 매순간 전력을 다했고 오리온은 이승현, 이대성의 활약을 더해 삼성을 꺾었다.

자연스럽게 경기 후 인터뷰 주제도 라둘리차였다. 강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한 질문에 “이정현이 라둘리차가 느리게 올라와서 라둘리차에게 패스하지 않았다. 라둘리차는 왜 자신이 잘하고 있는데 공을 주지 않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며 “이정현과 라둘리차가 서로 생각하는 게 맞지 않았다. 선수들에게는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고 답했다. 강 감독 입장에서도 라둘리차에 대한 아쉬움과 답답함이 있겠으나 인터뷰 자리에서 라둘리차의 행동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다만 주축선수인 이승현은 라둘리차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라둘리차가 경기 중 어떠한 부분을 두고 이렇게 불만을 표출할 때가 있다. 어떻게 하겠나. 그래도 팀 입장에서는 경기를 이겨야 한다. 선수 한 명이 마인트 컨트롤을 못하면 팀 전체가 말릴 수 있다”고 강 감독이 라둘리차를 교체한 상황을 이해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라둘리차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다음에는 잘 보고 패스 해줄게’라는 말 밖에 없다. 그래도 이번에는 라둘리차가 빠르게 멘탈을 추스린 것 같다”고 밝혔다.

외국인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외국인선수의 기량 만큼이나 케미스트리도 중요하다. 아무리 득점을 많이 올리고 리바운드를 많이 잡아도 동료와 호흡하지 못하면 팀은 승리할 수 없다. 오리온이 라둘리차를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지 않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싶어하는 팀은 없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