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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영화 ‘경아의 딸’이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상 배급지원상과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2관왕을 석권했다.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 ‘경아의 딸’ 김정은 감독과 김정영, 하윤경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이 GV를 통해 관객과 만났다. ‘경아의 딸’은 세상을 믿지 않는 경아와 세상에 지고 싶지 않은 연수가 지울 수 없는 사건을 겪으며 어긋나고 또 기대어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정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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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게 되어 기쁘다”는 소감을 밝힌 김정은 감독은 2018년도 말, 여성 불법 촬영물을 포르노로 소비하는 웹하드 카르텔에 충격을 받고 ‘경아의 딸’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내가 만약 이런 일을 당한다면 무엇이 가장 두려울까를 생각했는데 엄마가 영상을 보게 되는 것이 제일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는 모든 것을 이해해 줄 것 같은 사람인데 왜 첫 번째로 엄마가 떠올렸을까 하는 질문이 생겼고,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갈등을 겪는 모녀 이야기로 구상을 해나갔다”라고 시나리오 구상에 대한 비하인드를 전했다.

또한 김 감독은 “소재가 무겁기도 하지만 워낙 예민하게 다뤄야 하기 때문에 이야기나 주제 면에서 뻔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피해자를 피해자의 모습만으로 그리기보다는 회복과 치유의 과정 같은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 싶었고, 어떻게 하면 최대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완성할 수 있을까를 시나리오 단계부터 많이 고민했다”라고 전해 섬세하고 사려 깊게 접근하기 위한 노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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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영상을 보게 되는 엄마 경아 역을 맡은 배우 김정영은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 연배에 주인공을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잘 없기도 하지만, 역할이 아무리 커도 재미가 없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단정한 삶의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경아라는 인물에 큰 거부감이 없었고, 연기하면서 엄마로서도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있었다고 말한 김정영은 “딸의 영상을 보는 장면을 표현하는 부분이 너무 힘들었다. ‘엄마가 이럴 수 있어? 난 정말 그럴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계속했다. 나도 세상 돌아가는 걸 어느 정도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부터 각성해야겠구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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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에서 허선빈 역으로 열연을 펼치며 뜨거운 사랑을 받은 배우 하윤경은 ‘경아의 딸’의 연수 역으로 새로운 도전에 임하며 “누군가가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감독님과 정말 많은 고민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뻔한 방향으로 가지 않되 현실적이어야 하고, 너무 피해자다움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괴로움을 보여줘야 하는 게 어려웠는데, 감독님과 함께 작업한 선배님들이 많이 배려해주시고 도와주셨다”라고 영화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인상적인 장면을 묻는 질문에는 “김정영 선배님이 나오시는 장면들에서 눈물이 많이 났다. 선배님 촬영분을 보지 못한 게 많았는데, 영화를 보니 엄마 생각도 많이 나고, 같이 촬영했을 때 생각도 났다”라고 말하며 “관객분들이 영화를 집중해서 봐주시는 에너지를 느꼈다. 너무 좋은, 꼭 필요한 영화니까 주변에 많이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겠다”라고 영화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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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변호사 상순 역을 맡아 여성 간의 연대를 보여준 배우 이채경 역시 “처음에는 냉정한 인물로 톤을 잡았다가,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나리오가 수정되는 과정에서 경아를 도와주고 연수를 이끌어줄 인물이라면 따뜻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캐릭터의 톤에 대해 고민했음을 밝혔다.

이어 “영화에서 드러나지 않는 상순의 역사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배우 노트에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숨은 그림을 찾아가며 실제로 나와 맞물리는 지점을 찾아 나가려고 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와의 관계, 상순이 지닌 결핍 같은 것들을 고민했고, 다른 걸 다 떠나서 극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려고 애썼다”라며 캐릭터를 잡기 위해 들인 노력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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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의 전 남자친구 상현 역을 맡은 배우 김우겸은 쉽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한 것에 대해 “시나리오를 봤을 때 꼭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오늘 관객으로서 영화를 재미있게 봤고, 눈물도 흘렸다”라고 소감을 전한 데 이어, “워낙 조심스럽긴 하지만,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무책임하고 단순하게 ‘나쁜 범죄자’라고 하고 싶지 않아서 왜 그랬을까를 고민했다”라며 작품에 임하며 많은 고민을 거쳤다고 전했다.

한편, 전주국제영화제 2관왕을 수상하며 관객과의 첫 만남을 가진 ‘경아의 딸’은 오는 6월 국내에서 정식으로 개봉할 예정이다.

et16@sportsseoul.com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