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일
LG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 코치.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수원=윤세호기자] 투수라면 모두가 빠른공을 던지고 싶어 한다. 구속만으로 타자를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구속이 곧 경쟁력이자 잠재력이다. 신인 드래프트만 봐도 그렇다. 제구가 뛰어난 시속 140㎞대 투수보다 원석에 가까운 150㎞대 투수의 수요가 높다. 제구력은 훈련과 경험으로 향상시킬 수 있지만 구속은 타고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데 최근 LG에서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임찬규(30)가 10년 만에 140㎞ 후반대 속구를 되찾은 것에 이어 이우찬(30) 또한 구속이 급격히 증가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 고우석(24)과 정우영(23)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빠른 공을 던진다. 프로 입단 첫 해부터 수술대에 올랐던 이정용(26)도 구속이 상승곡선을 그린다. 이제는 우연으로 치부할 수 없는 LG 투수들의 구속 증가다.

비결은 뚜렷하다. 투수들은 마치 입을 모은듯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 코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과거 최고 구속이 142, 143㎞에서 형성됐던 이우찬은 올시즌 최고 구속 148㎞를 찍는다. 이우찬은 이에 대해 “김용일 코치님 훈련으로 순발력과 힘을 두루 키웠다. 지금 구속이 잘 나오는 비결은 투구시 회전력을 강하게 해서 그런 것 같다. 코치님이 투수마다 맞춤형 프로그램을 주신다. 먹는 것도 투수마다 다르게 해서 관리해주신다. 우리 투수들의 구속이 빨라지는 비결은 김용일 코치님에게 있다”고 밝혔다.

[포토]한화전 4회초 LG 마운드에 오른 이우찬
LG 이우찬이 지난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한화와의 경기 4회초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사이드암 투수로서 이례적인 평균 구속 150㎞대를 기록하고 있는 정우영의 의견도 비슷하다. 그는 “지난 겨울 김용일 코치님과 마음먹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한 증량을 해보기로 했다. 웨이트도 힘들었지만 입이 짧은 편이라 먹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데 계속 먹다보니 어떻게 잘 먹게 되더라”며 “보다 건강한 몸을 만들면 시즌 중 기복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웨이트를 하면서 유연성을 유지하면 구속 또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기대한 것보다 결과가 더 좋다”고 미소지었다.

[포토]LG 정우영, 승리를 지켜야 해!
LG 정우영이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IA와의 경기 8회초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2. 5. 15.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김 수석 코치는 야구 트레이너 1세대로 불린다. 1980년대 말 MBC 청룡에서 트레이너를 시작해 현대, 삼성, 그리고 다시 LG로 돌아와 30년 넘게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2019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LA 다저스에서 류현진 전담 트레이너를 맡은 바 있다. 오랫동안 수많은 선수들을 지도하면서도 늘 배우는 자세를 유지하며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다.

김 수석 코치는 선수들에게 식습관의 중요성, 그리고 관절의 가동성을 강조한다. 적절한 식습관과 웨이트로 근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가동성을 늘려 보다 빠르고 정확한 회전을 유도한다. LG 투수들의 구속 향상에는 김 수석 코치의 프로그램을 통한 가동성과 회전력 향상이 자리하고 있다.

선수들이 믿고 따르는 만큼 구단들도 김 수석 코치를 향한 구애를 펼친다. 2019년 메이저리그(MLB) 일정을 마친 후 김 수석 코치는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LG 외에 수도권 A 구단도 김 수석 코치에게 파격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차명석 단장은 “김용일 코치님 같은 분을 데려오기 위해서 삼고초려는 물론 십고초려라도 하겠다”며 김 수석 코치 영입을 강조했고 김 수석 코치는 빅리그 생활 1년 만에 LG로 돌아왔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