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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안산=김용일기자] 5월 중순 이후 ‘한 달 사이 3승’을 챙기며 오름세를 타던 K리그2 안산 그리너스가 ‘정치 외풍’에 뒤숭숭하다.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구단 조직 개편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고, 김진형 단장이 지난달 말 돌연 사임하고 자리를 옮겼다. 김 단장 체제에서 안산 지휘봉을 잡은 베테랑 지도자 조민국 감독도 거취를 두고 고민 중이다.
안산시는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시장직에 도전장을 낸 이민근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민근 시대’를 열어젖혔다. 이 시장은 안산의 구단주를 겸한다. 이 과정에서 윤화섭 전 시장 시절 구단 살림살이를 책임진 김진형 단장이 물러났다. 안산 구단을 잘 아는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김 단장은 어렵게 유치한 네이밍스폰서가 반영되지 않은 데 이어 지방선거로 구단주가 바뀌면서 여러 정치 외풍에 시달리다가 짐을 쌌다. 그러면서 이 시장과 연을 지속해온 전 안산 A감독이 단장으로 부임한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A감독 외에 이 시장과 정치적으로 연을 맺은 인사도 신임 단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조 감독도 ‘K리그 최저 예산 구단’의 한계에도 지원군 구실을 한 김 단장이 물러나며 날개를 잃었다. 구단 내 다른 고위 관계자도 조 감독을 붙잡으려고 하거나, 구단 미래를 두고 고민하기보다 ‘기존 시도민구단의 순리’대로 움직이려는 분위기다.
과거부터 시도민구단은 지방선거에서 구단주인 시장 또는 도지사가 바뀌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게 다반사다. 다음 선거까지 일부 낙하산 인사로 자리 잡은 이들이 축구판을 누비면서 구단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졌다. 최근 들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각종 정책이 동반됐으나 실효성이 적다. 수장이 축구단 운영에 관심을 떼는 순간, 구단은 시(도)청 직원에게 휘둘린다. 시도민구단이 정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태생적인 한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팬의 눈높이가 높아진 국내 프로축구에서 시도민구단이 더는 시장이나 도지사의 기쁨조가 아니다.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한다는 시도민구단 본질에 맞게 축구단 본연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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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의 상황은 좋지 않다. 올 초 안산은 공수 주력 요원인 김륜도, 연제민을 FC안양에 내줬다. 외인 공격수도 줄부상당했다. 대학 지도자 생활을 오래한 조 감독은 젊은피를 중심으로 팀은 재편했는데 개막 이후 15경기 무승(7무8패)으로 고전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기는 없었다. 비기는 경기가 많았고, 패해도 ‘한두 골 차’로 근소했다. 가능성을 입증한 안산은 결국 두아르테, 티아고, 까뇨뚜 ‘외인 3총사’가 5월에 하나둘 부상에서 돌아온 뒤 팀의 완성도가 높아졌고 연승 모드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정치 외풍에 팀은 또 휘청거리고 있다. 조 감독은 지난 2일 FC안양전을 앞두고 ‘올여름 선수 보강’과 관련한 질문에 “단장이 나가셔서 새로 오신 분이 해야…”라며 프런트와 소통 창구를 잃었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경기 직후에도 “다음 대전 경기를 마지막이라는 각오로…”라며 거취에 물음표를 남겼다. 선수단도 온전히 훈련과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서글픈 시도민구단의 현실이 이번에도 펼쳐지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