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양
SSG 이태양은 올시즌 SSG 선발진을 끌어가는 투수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SSG 이태양(32)은 올해 황금기를 맞이했다. 2점대 평균자책점(2.57)에 이닝당출루허용율(WHIP) 1.08로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투수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태양은 자신이 던지는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신중하면서도 과감하고, 심플하면서도 다양하다. 포수 미트 언저리에 공을 찔러 넣는 빈도도 높고, 타자의 반응과 타이밍에 따라 완급 조절도 한다.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포크볼을 좌우타자에 관계없이 던지는 점이다. 지난해 홈런 25개를 내준 투수가 장타 부담이 있는 포크볼을 속구만큼 자유자재로 던지는 건 배짱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다.

시속 130㎞ 초반이 최고 구속이지만 빠르게 떨어진다. 속구가 시속 140㎞대 초반이니 타자 입장에서는 속구 타이밍에 스윙해도 히팅포인트 앞에서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만하다. 떨어지는 폭을 생각해 높은 코스로 날아드는 공을 타깃으로 삼으면 낮은 포크볼을 걸러낼 수 있다. 공략법은 나와있지만, 피안타율은 0.232에 불과하다. 이태양은 “투구는 결국 감각”이라고 말했다. 감각을 어떻게 찾아 꾸준함을 유지하느냐의 싸움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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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이태양.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캐치볼할 때부터 자신이 던진 공이 어떻게 날아가는지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이태양은 “포크볼, 커브 모두 캐치볼할 때 이런저런 방법으로 던지다보면 감각이 온다. 악력, 공을 놓는 포인트 등을 기억하면서 던지면 어느순간 ‘이거다’하는 순간이 온다”고 설명했다. 감각을 찾으면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의식화’ 과정이다. 몸의 움직임에 모든 신경을 집중해 감각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하면, 꾸준함이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이태양의 포크볼이 히팅포인트에서 빠르게 떨어지는 이유다.

체인지업이 ‘스르륵 가라앉는 오프 스피드 피치’라면, 포크볼은 ‘뚝 떨어지는 무빙 패스트볼’로 접근해야 한다. 슬라이더, 컷 패스트볼, 싱커 등 무빙 패스트볼은 기본적으로 타자의 눈에 ‘속구’라는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 구속보다 휘거나 떨어지는 스피드가 생명인데, 이 역시 투수 개인의 감각에 달려있다. KT 소형준이 좌타자를 상대로 ‘밀려들어가는 하이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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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투수 이태양이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 | SSG 랜더스

이태양은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정말 많은 홈런을 맞았다. 생각없이 던진 공 하나가 쌓이면 기록이 되고, 자고나면 후회가 되더라. 쌓이는 기록은 어쩔 수 없지만, 자고난 뒤 남는 후회는 줄이고 싶었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해 의도를 갖고 던지는 훈련을 했더니 올해 크게 후회하는 공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감각과 의식’이 준 꾸준함이라는 선물로 돌아왔다.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두고 있는 이태양은 “시즌이 끝난 뒤 내 운이 어디까지일지 보겠다. 지금은 던지는 데 집중하고 싶다”며 웃었다. 생각의 차이 하나가 만든 황금기를 만끽하고 있는 이태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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